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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

대한변호사회장이 삭발을?

조세일보 / 이종열 박사, (전)법무법인 광장 고문 | 2020.06.22 11:29

㊵ 전문직 성공의 핵심 DNA - 동종경쟁과 이종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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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들의 경쟁은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동종경쟁과 이종경쟁이라 할까?

동종경쟁은 동일자격증 간의 경쟁이다. 예를 들면, 변호사는 변호사끼리 일감을 따기 위해서 펼치는 경쟁이다. 이종경쟁은 이종자격증 간에 벌어지는 일감 따 내기(상대는 일감 지키기) 경쟁이다. 예를 들면, 변호사와 세무사, 변호사와 변리사, 변호사와 법무사, 변호사와 부동산중개사, 회계사와 세무사간의 경쟁이다. 이를 직역(職域)간 경쟁이라고 부른다.

전자는 동일자격증을 보유한 소수인 간의 경쟁이지만 후자는 직종이 다른 전문직 협회 간의 대규모 경쟁, 아니 전쟁(?)이라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그 대립이 격하다.

그럼 오늘은 동종경쟁을 잠시 접어 두고 이종경쟁인 직역 간의 경쟁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2018년 어느 날 모 로펌의 창립기념일에 대한변호사회 회장이 나타났다. 축사를 부탁 받아 온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가 삭발을 하고 온 것이다. 그는 왜 무슨 일로 삭발을 했을까? 모두 어리둥절하였다. 대한변호사회 회장이라면 대한민국 신사 중의 신사라 할 것인데 벌거숭이 머리로 참석자들 앞에 나타났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를 눈치챈 변호사회 회장이 청중에게 설명을 하였다.  

2017년 정기국회. 변호사협회와 세무사협회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을 치렀다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원래 법에 대한 능력을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았으므로 거의 모든 법률에 관한 상담자격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변호사가 되면, 바로 세법에 관한 세무사업무나, 관세법에 관한 관세사업무나, 특허/상표법에 관한 변리사업무 등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호사 업무범위에 관하여 과거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이유는 변호사는 자기들 자체의 업무만으로도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가 있어, 다른 전문직들의 업무분야를 침범(?)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즉, 최근에는 변호사의 수가 폭증하다보니 자기들의 주된 업무에서 일감이 급격히 줄었다. 변호사들이 배가 고파진(?) 것이다. 그러자 변호사들이 지금껏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다른 직역(세무사, 변리사 등의 업무영역)을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넘보는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그쪽 업무를 잠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변리사, 세무사 등이 강력 반발하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변호사에게는 기존 세무사법 제3조 제3호에 따라 세무사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되었다. 이 자동 권리를 이용하여 세무사들의 업무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자 세무사회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변호사가 법을 공부하기는 하였으나 세법에 대한 지식은 약하므로 세무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법은 보통 상업부기나 회계학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그런데 변호사는 그런 지식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변호사는 자동적으로 세무사업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가 세무사업무를 꼭 해야겠다면 일정의 세법연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취지로 세무사회가 세무사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이번에는 변호사협회가 강력 반발하였다. 양 진영이 피 터지는 전쟁을 치른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이 문제에 대해 변호사회가 강력투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변호사협회 회장이 삭발을 단행한 것이다.(그 후 세무사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이와 같은 전쟁은 세무사와 회계사간에도 자주 발생한다.

왜냐하면, 법이 회계사의 세무업무자격을 인정하여 회계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자격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무분야에서 회계사의 시장점유율이 자꾸만 높아지자 세무사들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세무사들은 회계사가 회계감사업무가 기본업무이기 때문에 세무지식이 부족하므로 세무사자격을 자동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회계사들은 애초부터 세법지식이 충분하다고 반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무문제도 회계감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회계사가 세법을 잘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세무사회는 회계사에게 세무사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법을 바꾸자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강력한 반대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 법안이 통과되었다. 세무사회의 국회에 대한 로비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따라서 지금은 회계사가 세무사 자격을 받으려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변리사들도 변호사들과 자주 충돌한다. 언젠가 변리사업계가 변호사의 변리사업무대리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기하면서 피 터지는 전쟁을 펼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과계나 공과계의 기술지식이 없는 변호사가 어떻게 변리사자격을 자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반박이었다. 이에 대하여 변호사들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특허·상표 등 지적재산권은 변호사의 기본업무라고 주장한다. 그런 나라에는 변리사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따라서 기술지식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업무도 예를 들면 화학물폭발사건, 건축물사고 등에서도 변호사는 소송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기술자의 의견을 참작하여 변호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시중에 넘쳐나는 변호사들이 부동산중개영역에도 손을 뻗치고 있어 부동산중개업자들까지도 긴장시키고 있다. 변호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부동산의 양도나 임대 등 각종 부동산 관련 법률문제도 변호사가 다루는 법률영역이기 때문에 그들이 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real estate title transfer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양도)업무 등의 자문업무는 변호사의 영역이라면서 자기들의 주장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이 자격시험을 통과하는 각종 전문가는 급증하는데 잠재고객의 수나 일거리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런 직역 간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전)법무법인 광장 고문
이종열 박사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전)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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