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사실상 증언거부권 행사 가능성 크다" 이의신청
검찰 "실체적 진실 발견 위해 증인 소환 필요해"
재판부 "증언거부권 이유로 증인 불응할 수 없어" 증인 채택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이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되자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라며 이의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배우자 재판의 증인석에 앉았을 때 배우자의 유죄 증거로 작용할 수 있는 우려를 갖고 진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증인 채택에 이의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0차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의 증인 채택이 결정되자 재판부에 이의를 신청했다.
앞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신문 사항을 검토한 결과 조 전 장관에 대한 신문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오는 9월 3일로 증인신문 기일을 잡았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해서도 신문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증인으로 채택해 소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따라서 증인은 증언거부권이 있다는 이유로 불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에 조 전 장관의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은 신문 사항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재판장은 "이른바 '강남 건물' 질문에 대해서 변호인이 반발했던 것처럼 반발할 신문 사항이 있다"며 "사생활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신문 사항에서 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재판 과정에서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정 교수가 동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근거로 사모펀드 투자 범행의 동기가 됐다고 지속해서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의 '논두렁 시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되자 변호인은 "친족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반발했다. 형사소송법은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가 기소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공동 피고인이 아닌 사건이기 때문에 사실상 혐의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법적 측면 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방지하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나오더라도 모든 증언에 대해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검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신청은 필요하다"며 이전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증거들이 아니"라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언거부권 행사 문제는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며, 변호인이 주장하는대로 증언거부권을 이유로 채택을 반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8일 열린 정 교수의 재판에서도 조 전 장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법정에서 판단할 부분이라며 조 전 장관에게 출석 거부 혜택을 주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이 이의를 신청하자 잠시 휴정한 뒤 조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소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증인을 소환한다는 것과 법정 출석 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증거조사 결과에 의해서도 조 전 장관의 증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가 공동 피고인이거나 공범으로 별도 기소된 경우 부부의 일방을 증인으로 소환하면 안 된다는 법령의 규정이나 관행은 없다"며 "조 전 장관이 법정에서 얘기한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으므로 법정에서 증인으로서 진술하도록 질문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이의 신청은 법령의 위반이 있으면 할 수 있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지만 관련 법령에 위반됐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정 교수 측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정 교수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블루펀드'를 운영했던 코링크PE의 전 운용역(이사)인 임모씨와 이사 이모씨가 증인을 나와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