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인 해외 이주 우려
미국 하원, 홍콩인들에게 난민지위 부여 법안 발의
영국, BNO 여권 소지자 영국 시민권 획득 방안 검토
호주, 영국과 비슷한 방안 검토 중
중국, "국제법과 국제관계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 비난
대만,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개소...인도적 협조 제공
◆…[사진=연합뉴스]
홍콩보안법이 1일(현지시간) 시행되면서 당일 370여 명이 체포되는 등 홍콩 상황이 혼란해진 가운데 영국, 대만 등이 홍콩인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콩보안법 시행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글로벌 기업과 금융자본이 대거 홍콩에서 빠져나가면서 수많은 홍콩인들이 해외로 이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도 1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들이 이전처럼 홍콩이 본부를 두기에 알맞은 곳일지 재고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 전 홍콩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은 중국 정부로부터 2주간 감금돼 폭행당했다고 주장해 지난달 26일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 소지자 중 처음으로 영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승인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미국·영국·호주·대만 등은 홍콩인들의 이주를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홍콩 피난처 법안(Hong Kong Safe Harbor Act)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피난처 법안 따르면 정치적 의견 표현이나 정치행사 참여를 이유로 탄압을 받거나 탄압을 받을 우려가 있는 홍콩인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한다.
영국은 BNO 여권 소지자들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일 "홍콩보안법 시행이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 위반이라며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인들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BNO 여권은 영국이 1997년 홍콩을 반환하기 전 홍콩인들을 상대로 발급한 여권으로 이 여권 소지자는 영국에 최대 6개월 간 체류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민법 개정으로 BNO 여권 소지자가 5년 간 거주 및 취업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5년 뒤에는 정착 지위를 부여하고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할 예정이다.
BBC에 따르면 현재 BNO 여권 소지자는 35만 명 정도이고, 약 250만 명 이상이 BNO 여권 신청 자격을 갖췄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영국 정부가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은 중국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국제법과 국제관계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BNO 여권 소지자도 중국 국민이라고 강조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영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는 홍콩 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홍콩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영국이 홍콩인들에게 제안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가 홍콩을 도울 준비가 돼있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AP통신은 호주가 홍콩인들이 최대 3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임시 보호 비자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만도 홍콩인들에게 인도적인 협조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7월 1일부터 홍콩인의 대만 이주를 돕는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이 문을 연다"고 밝혔다.
타이베이에 문을 연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은 대만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홍콩인들에게 취학, 취업, 이민, 투자 등 대만 정착에 필요한 문제를 돕는 원스톱 상담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2일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이 문을 열었다고 알리면서 "앞으로 홍콩인에 대한 지원 업무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인들의 이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마거릿 차우 골드맥스 이민컨설팅 책임자는 “홍콩보안법 제정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민 문의가 5배 늘었다"며 "당장 떠나지 않아도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