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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어디로 가나?]

다주택자 퇴로 막는 양도세 중과세 발의 …'우(愚)'범하나?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 2020.07.09 05:00

다수의 부동산을 가진 이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고자 보유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세부담을 높이기 전에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라'는 강력한 시그널(신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하는 여당도 나서서 거래 단계의 세금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단기(1~2년) 주택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최대 80%까지 매기는 입법안이 나왔다. 현행 양도세율은 단기 투기로 얻은 불로소득에 비해 너무 낮아 투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퇴로인 '양도'에 대한 세금을 높이면 시장에 풀리는 매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에서 정부가 원하는 결과와 반대의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문제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할지 계속 보유할지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의사결정요인은 집값이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는 예측에 달렸다. 강남의 집값에 한정해서 살펴보자.

■ 공급측면

# 집값하락을 유도하거나 집값상승을 막으려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강남지역이 아닌 주변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리면 강남의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산, 분당, 고양 등 수도권 신도시개발 당시에 어땠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도시건설이나 그린벨트해제는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공급방법으로는 매우 적절하지만 강남 집값을 떨어뜨릴지는 미지수다.

# 강남의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공법은 강남에 주택공급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으로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용적율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한 강남주택소유자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긴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두 번째는 강남에 두 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주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강남은 인기지역이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떨어져도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으니 매각할 이유가 없다.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오를 때 많이 오른다면 버티는 것이 상책이다.

■ 보유세 강화

#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다. 보유세 부담액이 집값 상승분보다 많으면 집을 처분하는게 낫다는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시장원리에 의해 집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 더 떨어지기 전에 너도 나도 팔려는 심리가 확산돼 시중에 매물이 쏟아져 집값은 예측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 그런데 문제는 보유세 인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보유세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 때문에 올려 봐야 OECD 평균 수준 이상으로 올리긴 곤란하다. 또한, 보유세는 집값이 오를 땐 약발이 시원찮다는 것이 문제다. 보유세를 조금 올려봐야 보유세액보다 집값 상승액이 크면 집을 처분할 이유가 없다. 반면 집값이 내릴 때는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 하지만 강남집값을 진정시키자면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으므로 정책당국자는 '토지공개념'의 정신을 살려 1세대1주택자(실거주자)를 제외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이참에 가능한한 강화하려 할 것이다.

■ 양도소득세 강화

#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과세가 용이하다. 더구나 '불로소득 환수'라는 대의명분이 정책당국자에게 힘을 실어 준다. 다만, 양도세는 양도했을 때 부담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주택을 양도하지 않으면 높은 세율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 그런데 양도세를 즉각 중과세(重課稅)할 경우엔 정부가 기대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시장에서 '과도한 양도세를 내느니 집을 팔기 보단 정권이 바뀌거나 부동산 정책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는'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 '중과'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강남지역의 매물잠김(매물품귀) 현상이 나타나 오히려 강남 집값 상승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 보유세 강화하고 양도세 완화하는 방안은? 

# 따라서 강남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불로소득환수'(양도세 강화)라는 대의명분을 일부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불로소득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강남의 다주택자에게 주택 처분의 퇴로를 열어주어야 강남지역의 부동산 매물이 늘어날 것이고 가격이 하향추세로 돌아서면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매각하려는 심리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예측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보유부터 거래까지 세부담 올려 다주택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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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사진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 7일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비공개 회의인 만큼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으나,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세부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에 부동산 세금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입법화에 실패했던 12·16대책 수준보다 강도가 더 세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를 3억원으로 인하하거나 과세표준 구간을 낮춰 과세표준 구간을 낮춰 3·4%의 최고세율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은 과세수위가 더 높다. 최근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주택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80%, 1년~2년 미만일 땐 7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단기간에 주택을 사고 파는 거래를 '투기'로 보고, 이런 매매행태를 막기 위해서다. 작년 정부의 12·16대책에서 보유기간 1년 미만인 경우 양도세율 50%(현 40%), 1~2년 구간은 40%(기본세율 6~42%)을 적용하는 안보다 더 세진 것이다.

분양권 전매에도 투기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분양권 거래에 대한 양도세율도 현 50%에서 80%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김정호 의원은 비사업용 토지 등 종합합산과세대상이 되는 토지에 대한 종부세율을 올리는 개정안을 냈다. 과표 100억원 초과인 경우 3%에서 4%로, 200억원 초과 땐 3%에서 5%로 인상하는 게 주요 골자다. 김 의원은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고 편중된 토지 소유 구조를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집 팔 수 있게 퇴로는 열어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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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세금 압박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정반대' 정책이라는 점에서 다주택자의 '버티기' 의지만 더 키워주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팔지 않아 매물이 없어지고, 되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높이면서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지 않는다면 부동산 관련 세금부담이 너무 높아져 다주택자의 부동산의 퇴로를 막는다"며 "이는 매물출회를 기대하는 정책목적과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때마다 정해진 기간 내 집을 처분한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 하지 않겠다는 기회를 부여해왔다. 지난해 12·16대책때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설정해서 중과세 배제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10년 이상 보유주택에 한해 '거래세 완화'라는 점에서 유인 퇴로가 좁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 교수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1주택을 제외한 주택을 시장에 매도하는 것이라면,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과감하게 높이고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양도세 부담은 점진적으로 낮추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정책당국자의 고민은 부동산에 몰린 시중의 막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에서 빠져 나와 투자될 마땅한 투자처가 있느냐는 점이다. 세금을 공제하고도 남는 이익이 은행이자율보다 높고, 다른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면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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