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의 마스크 착용 지침 이후 100일 만에 착용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하루 7만 명 넘어
확진자 급증으로 여론이 나빠져 분석
보좌관들이 마스크 착용 반복적으로 요청 보도도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국립 군 병원을 방문해 부상 군인과 의료진을 만나는 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마스크를 반대한 적이 없지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시간과 장소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병원에 있을 때, 특히 수술대에서 막 내려온 군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마스크 착용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 지침에 따르지 않겠다고 밝히며 기자회견, 집회, 공식행사 등에서 '노(No) 마스크'를 고수해왔다.
마스크를 착용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크 착용은 매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 상황에 여론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미국 언론은 보좌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스크 착용을 반복적으로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 마스크' 고수는 공중보건의 위기보다 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시간과 장소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마스크를 착용할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 당국의 마스크 착용 권고 후 3개월이 지나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지난 몇 달 동안 보건 당국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 좋은 보건 관행을 만들도록 촉구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했고, 마스크 착용은 정치적 논쟁의 일부가 되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선거 캠프의 앤드류 베이츠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마스크 착용을 정치화하는 데 몇 달을 보냈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마스크 착용을 반복적으로 요청해 처음으로 마스크를 썼다고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통제하고 있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노마스크를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러스의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일관된 전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지만 상징적인 행동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10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만1787명으로 일일 확진자가 처음으로 7만 명을 넘어섰다.
이날 조지아·몬태나·유타·오하이오 등 7개 주에서는 일일 확진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29만3927명이 됐으며, 누적 사망자수는 13만6671명이다.
베일러 의학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의 피터 호테즈 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에 따라 병원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지금 우리는 끔찍한 공중 보건 위기를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크 착용이 주요한 논쟁거리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