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검색

글자 크기조절

글자 크기가 적당하신가요?

[철학과 행복상속]

아메리칸 드림 '케네디가(家) 이야기'㊤

조세일보 / 안광복 | 2020.07.24 08:47

훌륭한 상속에는 서사(敍事)가 있다

조세일보
"케네디가(家)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다"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내놓은 1848년, 스물네 살의 아일랜드 젊은이는 이민선에 몸을 실었다. 헐벗고 굶주리던 그의 조국에는 미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신천지에서의 삶도 별다르지 않았다. 신대륙에서도 아일랜드 사람의 삶은 고달팠다. 이미 뿌리를 내린 영국계 이민자들이 아일랜드 출신들을 멸시받던 흑인보다 못한 존재로 여겼던 탓이다.

그래도 아일랜드 젊은이는 아득바득 생활을 꾸려갔다. 그의 외아들은 술장사로 돈을 모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주(州) 의회 의원에 올랐다. 손자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을뿐더러, 재벌 소리를 들을 만큼 돈을 모아 주류 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마침내, 증손자 대(代) 이르러 그의 집안에서는 28세에 이미 국회의원에 오른 인물이 나왔다. 이후 그는 43세에 나이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J.F. 케네디가 바로 이 사람이다.

이렇듯 증조부가 빈손으로 미국 땅을 밟은 지 110년 만에, 케네디 가문은 최고의 명문가로 자리 잡았다. 가난하고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최고 자리에 오른다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이룬 셈이다.

"일등 하면 무시당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케네디 가문은 부와 권력, 명예를 손에 쥘 수 있었을까? J.F. 케네디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는 삶의 목적의식이 뚜렷했다. 아일랜드 출신들은 미국의 이등 시민처럼 여겨지던 시대, 케네디의 조상들은 이를 악물었다. 사회에서 무시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케네디 가문은 승부욕이 남달랐다. J.F. 케네디의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는 결코 2등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의 아홉 자녀에게 항상 1등을 하라고 다그쳤다. 최고가 되어야만 자신들을 멸시하던 영국 출신 명문가들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자를 함부로 대하기는 쉽지 않다. 자식을 잘 키워 명문대학에 보내 좋은 인맥을 만들게 한다면, 누구도 자신들을 만만하게 여기지 못할 터다. 케네디 가문은 꾸준히, 집요하게 이러한 목표를 이루어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에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재산을 모았고, 아버지를 비롯해 J.F.케네디의 네 형제는 모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빛나는 이력을 쌓아 갔다.

"상속에는 서사(敍事)가 필요하다"

단지 돈이 많다고 명문가로 여겨지지는 못한다. '3대 가는 부자 없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오래도록 재산을 지키고 이에 걸맞은 명성과 명예를 얻으려면, 집안에 돈을 뛰어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케네디 가문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일어선 케네디 가문에는 나름의 서사 구조가 있었다. J.F.케네디의 어머니인 로즈 케네디는 아홉 자녀를 데리고 종종 플러머스 항구로 산책을 갔다. 그곳은 아일랜드에서 온 조상들이 처음 미국 땅에 내린 곳이다.

로즈 케네디의 친정인 피츠제럴드 가문 역시 아일랜드에 뿌리를 둔 명문가다. 자녀들은 선조들의 삶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자신들이 아웃사이더 취급받던 아일랜드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을 터다.

자신의 행복과 쾌락만을 위해 돈을 모으는 자와, 집안과 사회가 이루어야 할 목표를 되새기며 이를 위한 자금을 모으려 애쓰는 사람의 자세가 같을 리 없다. 케네디 가문이 100년이 넘게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며 자라났던 데는 집안에 새겨진 소명의식이 큰 역할을 했다.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끈한 토픽·쏠솔한 정보 조세일보 페이스북 초대합니다.

관련기사

Copyrightⓒ 2001~2020 Joseilbo.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