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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케네디가(家) 이야기'㊦

조세일보 / 안광복 | 2020.07.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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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욕망을 욕망한다"

나아가, 케네디 가문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재산만을 물려주지 않았다. J.F.케네디의 아버지 조지프는 출장을 가서 집에 전화할 때면, 아홉 자녀 모두와 순서대로 통화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있었던 일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다. 조지프는 자녀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훤히 알고 있었고, 아이들과 관련된 중요한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케네디 집안의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항상 자기들 편이었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적은 자신들에게도 적이었고, 나의 적은 아버지에게도 적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부모의 바람을 자신의 소망으로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철학자 자크 라캉은 "자녀는 부모의 욕망을 욕망 한다"는 유명한 이론을 펼쳤다. 케네디 집안의 아이들이 이런 모양새였다. 자녀들은 부모를 진정으로 존경하고 따랐으며, 아버지의 바람대로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조지프는 아이들이 정치란 고귀한 일이라는 믿음을 늘 갖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케네디 가문에서 대를 이어 끊임없이 큰 정치가가 나왔던 이유가 설명될 듯 싶다.

"사회와 국가의 정신이 되어라"

뿐만 아니라, 케네디 가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케네디가의 장남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기 사고로 전사했으며, J.F.케네디 또한 침몰하는 어뢰정에서 부하들을 구해낸 전쟁영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끊임없이 도전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프런티어(frontier) 정신은 미국의 영혼이다시피 하다.

대통령 시절 J.F.케네디는 프런티어 정신의 화신(化神)과 같은 존재였다. 냉전이 한창이었던 시기, 담대한 용기로 쿠바 미사일 위기를 넘겼고 소련과의 경쟁 가운데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을 개척했으며, 인권 운동에 있어서도 새로운 장을 열었다.

큰 재산을 모으고 나면 가진 것을 지키려는 데 온 정신이 팔리기 쉽다. 그러나 케네디 가문은 새로운 나라 미국에 걸맞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기득권 계층이 곧 명문가는 아니다. 재산과 권력에 걸맞은 건강한 정신을 갖추고 있을뿐더러, 세상을 더 낫게 만들만한 비전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보자면, 케네디 가문은 명문가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세상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게 해선 안 된다"

하지만 J.F.케네디가 대통령에 오른 후, 그의 집안에는 불행이 끊이지 않았다. 젊은 대통령은 몇 년 못 가 암살당했을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들도 잇달아 총에 맞거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케네디 가문은 무너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숨을 거둔 날, 로즈 케네디는 슬픔을 누르고 의연하게 말했다. "세상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게 해서는 안 되지. 안되고말고.", "케네디 가문 사람들은 울지 않는다. 케네디 가문 사람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말은 집안의 좌우명과 같았다.

1868년, 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자에게서 비롯된 케네디 가문의 역사는 현재진형형이다. 유산은 재산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영혼이 없는 육체는 곧 썩어 흩어져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정신이 새겨져 있지 않은 유산은 오래 못 가 탐욕에 끌린 후손들에 의해 찢겨 스러질 터다.

상속을 준비하고 있다면, 케네디 가문의 정신을 보고 배울 일이다.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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