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율 41%…저렴한 남미산 초중질유 주력투입
국제유가 상승 겹쳐 정유 사업 적자 4500억 감소
◆…현대오일뱅크 최근 5년 분기별 영업실적. 2020년 2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오일뱅크가 정기보수 영향으로 분기 매출이 약 4년 만에 2조원대에 그쳤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업황에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40%가 넘는 업계 최대 고도화율을 바탕으로 직전분기 5000억원에 육박했던 주력 정유사업의 영업적자를 4500억원 가량 줄이면서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현대중공업지주의 공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조 5517억원, 영업이익 132억원, 당기순손실 163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2.0%, 91.5% 줄고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실적이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 42.2% 감소, 순이익 적자지속, 영업이익 흑자전환으로 기록됐다. 영업이익률은 직전분기 대규모 적자에 따른 -12.8%에서 13.3%p 개선된 0.5%로 집계됐다.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앞서 실적을 발표한 경쟁사 SK이노베이션, S-OIL과 달리 1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기록으로 아직 GS칼텍스의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서 유일한 흑자 회사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도 70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으나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게 됐다.
정유부문(별도)의 영업손실이 186억원으로 전분기 4769억원 적자에서 손실폭을 4583억원 감소시켰고 석유화학(현대케미칼)도 같은 기간 1047억원 손실에서 323억원 흑자로 전환돼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1분기까지 20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던 유가가 점진적 상승세를 보이면서 정유사업 재고평가손실폭이 줄었고 초경질유(컨덴세이트) 월물차 영향도 개선돼 석화사업의 이익이 늘어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두바이유 기준 평균 배럴당 65달러대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유가 급격히 줄면서 3월 23달러대까지 폭락해 정유사들이 1분기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보게 만들었다. 이후 4월 들어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가 이뤄지면서 5월부터 차츰 회복돼 6월 40달러대까지 올라섰다.
유가상승 외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전략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산 원유 대비 가격이 저렴한 남미산 초중질원유의 투입 비중을 경쟁사 평균 6.3%보다 5배가량 높은 32.9% 확대해 원가를 절감한 점이 주효했다. 초중질원유는 황 등 불순물이 많아 정제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고도화설비를 41.1% 수준까지 늘려 처리 능력을 꾸준히 확대해 가능했다. 이는 2분기 내내 배럴당 0달러에도 못 미쳤던 정제마진의 부진을 극복하는데도 톡톡한 역할을 담당했다.
다만 외형은 2016년 3분기 2조 7286억원 이후 약 4년 만에 3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원유정제설비(CDU) 2호기의 정기보수가 실시돼 매출이 줄었다는 게 현대측 설명이다.
회사측은 "기록적인 정제마진 악화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설비 경쟁력과 유연한 운영으로 본업인정유업에서 손실을 최소화했다"면서 "탈황설비 등 업계 최고 고도화설비로 초중질원유 처리량에서 경쟁사와 승패를 갈랐는데 마진이 양호한 경유 생산에 집중해 수익을 개선했던 것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실적개선이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유국의 감산 조치 연장에 따른 원유가격 상승과 이동제한 조치 완화를 바탕으로 한 석유제품 수요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력 유종으로 투입 중인 초중질원유가 중동산 원유 대비 가격상승세가 더딜 것이란 예상도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기보수기간 중 하루 2만배럴 규모 탈황설비 증설작업을 완료해 초중질원유 추가투입이 가능해졌다"며 "하반기 초중질유의 경제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 석유제품 시황 개선 시 연간 흑자전환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