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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법개정안 분석]⑥

'공평 과세' 말하며 '면세 근로자' 방치하는 정부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 2020.08.11 05:00

소득세 과표 10억 초과 신설, 최고세율 42→45%로
'분배상황 어렵다'며 상위 0.05%에만 부담 지워
저소득에 더해 중산층까지 10여년간 세율 제자리
비율 내려갔다지만…'無稅'근로자 772만명
전문가 "납세순응도 떨어뜨려…넓은 세원 구현 필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서 벗어난 근로자들이 있다. 약 772만명. 전체 근로소득 과세대상자 가운데 39%에 달하는 규모다. 벌이가 좋은 고소득 근로자는 높은 세금부담을 떠안고 있는데 반해, 상당수가 저소득 근로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현행 과세체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줄곧 제기되어온 문제다.

최근 고소득자만을 타겟으로 한 증세(增稅) 방향이 제시되면서, 오히려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상당수 근로자를 그대로 방치한 채, 고소득자에게만 세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과세제도가 공평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납세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선 '넓은 세원-낮은 세율'이란 조세원칙에 부합되도록 과세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0.05% 고소득자에 세금 얼마나 더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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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득세 최고세율(42%)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은 5억원 초과다. 최근 정부는 소득세 과표구간에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45%까지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42%의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은 5~10억원으로 정했다. 2017년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린 지 3년 만이다.

최고세율 인상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대상자는 약 1만6000명(2018년 귀속 기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제외하고 근로·종합소득세 기준으로만 따졌을 땐 약 1만1000명이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근로자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0.05% 수준이다.

예컨대, 과세표준이 30억원인 납세자라면 현행 세금은 12억2460만원이지만 앞으론 6000만원이 늘어난 12억8460만원을 내야 한다.

이러한 고소득자들은 연간 9000여억원, 즉 연평균 1인당 5600여만원의 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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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율이 인상되면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45%, 지방세까지 포함했을 땐 49.1%까지 치솟는다. 명목 소득세율 기준으로 이른바 '3050 클럽(인구 5,000만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의 평균(43.3%)을 웃돌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에서는 7번째로 높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최고세율을 인상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도 최고세율을 45%(국세)로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단 판단도 깔려 있다.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까지 터지면서 저소득층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계층간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작년 4분기 4.64배에서 올해 1분기 5.41배로 높아졌고, 1분위(하위 20%) 구간 근로소득은 전년에 비해 3.3% 줄었다.

즉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만든 재원을 중·하위 계층 지원에 직접 쓰는 형태로 소득양극화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무섭고…'봉'이 된 고소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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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증세가 오로지 고소득자에게만 한정되다 보니 공평하지 않는 세금이란 인식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수년간 소득세 과세체계 개편과정만 보더라도 고소득 구간에서만 세율이 인상되고, 중산·저소득층이 적용받는 과표 구간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거나 되려 낮아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2008년 소득세 과표 구간은 4단계로, '1200만원 이하'·'4600만원 이하' 구간에 각각 8%, 17%의 세율을 매겼다. 2010년 이 소득구간 세율은 6%, 15%로 내려가면서 10년 동안 제자리에 있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8800만원 이하 구간도 24%의 세율도 10년째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비해 2008년 소득세 최고세율(35%, 8800만원 초과 적용)은 2012년에 '8800만원~3억원 미만'에 35%, '3억원 초과'으로 과표 구간을 쪼개 각각 35%, 38%의 세율을 매겼다. 이후 부자증세는 계속 이루어졌다. 2014년에 3억원 미만 소득 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춰 35%의 세율을, 1억5000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선 최고세율(38%)를 적용시켰다.

2017년은 세율 구간을 6단계로 늘려 최고세율을 40%(5억원 초과)로 올렸고, 2018년엔 최고세율을 42%까지 인상시켰다.

이러한 기조에는 조세저항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3년 정부는 소득세제 관련한 특별공제(의료·교육비, 기부금, 보험료,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법개정안을 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세부담 증가 사례가 나오자 근로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2015년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거쳐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면세 근로자 772만명' 그냥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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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 6000만원 이상 중산층 면세자수 1만8000명

세제혜택이 남발되다보니 '근로소득 면세자' 수를 늘린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 2013년 귀속소득 기준 약 530만명에서 2014년 약 802만명으로 무려 272만명이나 늘었다. 이듬해인 2015년은 810만명까지 치솟았다. 근로소득 과세 대상자(약 1732만명) 중 46.8%에 해당하는 규모다.

면세자 비율은 2016년 43.6%, 2017년 41%, 2018 38.9%로 매년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인위적으로 공제제도 혜택을 줄인 결과는 아닌, 임금상승 등에 따라 자연스레 '면세권역'을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772만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면세점 구간에 머물러 있다. 이 중 6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도 세금을 안 낸 중산층 면세자는 1만8000명에 이른다.

미국(30.8%), 캐나다(17.8%), 일본(15.5%)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한참 높은 수치다.

그간 정부도 '면세자 축소를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2017년 기재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조세재정연구원은 면세자 축소 방안으로 ▲표준세액공제 축소 ▲특별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근로소득 최저한세 신설▲ 근로소득공제 축소 등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방법론은 달랐다. 임금상승에 따른 면세근로자가 자연스럽게 감소되도록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입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십년째 소득세 감면에 익숙해진 근로자들에게 증세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어, 증세의 명분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태화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소득세 최고세율은 인상은 재분배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데, 증세가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못 했다"면서 "면세점을 낮춰 대다수 근로자가 소득세를 부담한다면 고소득 조세저항도 덜하고 납세순응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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