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재단, 롯데그룹 출연금 70억원에 대한 증여세 부과
법원 "출연금 자체가 불법행위, 증여세 부과할 수 없어"
◆…서울고법은 최근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주도로 설립된 케이스포츠재단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주도로 설립된 케이(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은 것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증여세 부과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로 기부금을 출연한 것 자체가 무효인 행위이므로 이에 대해 증여세를 물릴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김유진·이완희·김제욱)는 케이스포츠재단이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 2심에서 과세당국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케이스포츠재단 2016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최씨의 강요로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의 출연금을 받았다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롯데에 이를 돌려줬다. 케이스포츠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씨가 설립과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과세 당국은 롯데가 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부금이 본래 용도와 다르게 사용됐다고 보고 2017년 10월 증여세 30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과세 당국은 "출연금이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하더라도 당사자끼리 합의해 출연금을 반환한 것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상증세법은 출연받은 재산을 직접 공익목적사업의 용도 외적으로 사용하거나 수익사업으로 운용한 경우 공익법인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세심판원은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공익법인이 재산을 출연받은 날부터 3년 이내 직접 공익사업에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관할세무서장에게 그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데 케이스포츠재단이 이를 보고하지 않고 그냥 반환했다고 보고 재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케이스포츠재단은 기부금을 돌려준 것은 '증여의 취소'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과세는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2018년 5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롯데 출연금으로 진행된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이 무산된 만큼 기부금을 돌려준 것은 '증여의 취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과세 당국의 세금 부과가 잘못됐다며 1·2심 모두 케이스포츠재단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1심은 롯데로부터 출연금을 받은 것 자체가 '불법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롯데의 금원 출연행위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인 이상 케이스포츠가 직접 공익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반환했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케이스포츠가 이러한 불법성을 인식하고 롯데에 출연금을 돌려줬는데 롯데가 취소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없으므로 증여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국세청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지적했다.
과세 당국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케이스포츠재단은 출연 행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롯데그룹에 일방적으로 반환된 것이므로 별도 약정이나 합의에 따라 반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