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에 거주하는 고모(35) 씨는 평소 생리양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생리통이 극심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겪다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 진단을 받았다. 고 씨는 3차병원인 대학병원 방문을 권유 받았고 이후 자궁내막증까지 추가로 진단 받았다. 비잔정을 처방 받아 먹고 있지만 생리통이 심하고 불규칙한 하혈이 지속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젊은 여성들에게서 자궁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등이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전문의들은 최근 20~30대 여성들이 과거와 달리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지 않아 질환 발견 가능성이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영양섭취 향상으로 인한 조기성숙, 서구적 식생활, 운동량 감소, 호르몬 변화 등 다양한 원인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자궁근종이란 자궁벽을 이루는 평활근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35세 이상의 가임기 여성 40~50% 이상에게서 나타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40만 41명이 의료기관을 찾았다. 증상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으나 근종의 크기가 커지게 되면 생리량이 많아지는 증상부터 생리통, 빈혈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며 심할 경우 추후 난임, 불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 내막 조직이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자궁 근육층까지 파고들어 자라면서 자궁이 점점 붓는 질환으로 자궁근종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킨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출산의 경험이 있는 35~50세 여성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생리량이 많아지고 생리통이 심해지는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자궁 전체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자궁내막증은 여성호르몬에 의한 만성염증성 질환으로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이외의 곳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자궁내막증 진료 건수는 지난 2014년 8만 9800여명에서 2018년 약 12만 23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가장 유력한 발생 원인으로 월경혈의 역류가 꼽히는데 자궁면역이 튼튼한 여성의 경우 재빨리 제거할 수 있지만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은 정상 배출이 되지 않고 복부의 다양한 부위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게 전문의 설명이다.
◆…사진=민트병원 제공
민트병원 김하정 부인과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자궁질환의 증상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각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병원을 방문해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면서 "자궁근종의 경우 개인의 상태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므로 환자 나이와 혈액검사, MRI 소견 등을 고려하면 향후 자궁근종이 얼마나 더 자랄 것인지, 어떤 증상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자궁선근증의 치료의 경우 과거의 자궁적출술 대신 자궁보존치료 위주로 시행되고 자궁선근증이 심하지 않다면 자궁 내 피임장치인 루프를 통해 생리기간을 단축시키고 생리량을 줄여 치료 목적으로 활용한다"며 "자궁선근증 증상이 심할 경우 자궁적출의 대안으로 비수술치료인 자궁동맥 색전술이 도움이 되는데 혈관보다 가느다란 카테터를 혈관내로 삽입해 색전물질을 주입하는 최소침습시술로 치료과정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궁내막증은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자궁내막 증식을 억제한다"면서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수술 치료가 시도되는데 주로 복강경 수술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또 "자궁내막증은 수술 뒤에도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약 5년 동안은 약물치료를 하거나 지속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며 "자궁내막증은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꼭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