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 탈퇴협정 반하는 국내시장법 공개
존슨 총리, "영국 시장 통합성 위한 것"
EU 부위원장, 영국 국무조정실장 긴급 회동
EU, "이번달 말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 검토"
영국, "그럴 생각 없다" EU 요구 거절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협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을 공개하자 EU가 탈퇴협정을 위반하려는 시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은 '국내시장법'(The internal market bill)을 공개했다.
BBC에 따르면 국내시장법은 북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이동하는 상품에 대해 통관 확인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지만 브렉시트 협정에 따라 전환 후에도 영국이 아니라 EU 관세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시장법을 시행하게 되면 이같은 내용의 탈퇴협정을 무력화하게 되는 것이다.
또 국내시장법에 따르면 영국과 EU가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상품의 이동과 관련된 EU 탈퇴협정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영국 각료에 부여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국내시장법을 공개하며 "내 임무는 영국의 통합성을 유지하고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지키는 것"이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한 법적 보호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시장법이 공개되자 EU측은 "영국이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국내시장법을 강행하는 것은 탈퇴협정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반이다"라며 즉각 우려를 표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영국이 국제협정을 위반하고 탈퇴협정을 훼손한다면 미국과 영국의 무역협정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날인 10일 EU 집행위원회의 마로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런던에서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과 긴급 회동을 가졌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영국 정부가 EU와의 탈퇴협정 무력화하려는 계획을 이번 달 말까지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에게 우리는 그럴 수 없고 그러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이 같은 EU측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긴급 회동 이후 하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교역에서 법적 체계가 필요해 국내시장법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EU는 이날 각 회원국에 영국의 국내시장법이 브렉시트 협정을 위반한 것이며 법적 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내용의 법률 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이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에게 탈퇴협정 위반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내용을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6일 존슨 총리는 오는 10월 15일까지 EU와 브렉시트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협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