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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가로림만 '별미' 기행…박속밀국낙지탕

조세일보 | 김은지 기자 2020.09.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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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에 가로림만이 있다. 남북으로 길이가 25km 정도 되고 폭은 2∼3km이며 바닷물은 북쪽으로만 열린 지형을 통해 드나든다. 서산의 황금산이나 벌말포구에서 바다 건너 태안의 만대포구까지는 불과 2.5km 내외.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 때면 수위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는 바다다. 당연히 차진 갯벌이 발달했고 곳곳에 포구가 형성돼 있다. 서산 시내에서 가로림만으로 접근하면 팔봉면에서 구도포구, 지곡면에서 중왕리포구, 대산읍에서 벌말포구 등을 만나게 된다. 유명 관광지는 없지만 한적한 어촌 풍경과 다양한 계절 별미가 기다린다.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자연산 대하, 전어, 낙지, 꽃게 등이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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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낙지

서산 땅을 지날 때면 5060세대는 <서산갯마을>이라는 흘러간 가요를 흥얼거리기 십상이다. 1972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서산의 갯벌과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여자들과 험한 바다 위를 헤쳐 나가는 남자들의 삶을 담고 있다. 작고한 가수 조미미 씨가 불러 히트한 이 트로트는 가사와 곡조가 쉬워 누구나 한번 들으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가사를 한번 음미해보자.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갯마을 / 처녀들 부푼 가슴 꿈도 많은데 / 요놈의 풍랑은 왜 이다지도 사나운고 / 사공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구나 //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서산갯마을 / 쪼름한 바닷바람 한도 많은데 / 요놈의 풍랑은 왜 이다지도 사나운고 / 아낙네들 오지랖이 마를 날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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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중왕리포구

지금은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도 조성돼 날로 번창하고 있지만 1970년대만 해도 서산시는 교통이 불편해서 충남의 오지에 속했다. 서산시와 태안군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서산군으로 통합되었다가 1989년 1월 1일 서산시와 태안군으로 나뉘었다. 이 같은 역사를 지닌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포구(일명 왕산포구)에 2010년 <서산갯마을> 노래비가 세워져 심심한 바다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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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갯마을> 노래비

가로림만 맛기행 잔치가 벌어지는 세 군데 포구 중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구도포구이다. 서산 시내에서 태안 방면으로 가다가 팔봉면사무소 쪽으로 우회전해 내처 달리면 구도포구에 닿는다.

이 길에서는 서산의 진산인 팔봉산(362m)이 내내 보인다. 황금 들판 위로 솟은 팔봉산은 등산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일대에서 가장 높이 솟은 팔봉산은 8개의 바위 봉우리가 올망졸망 이어진다. 본디 9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가장 작은 봉우리를 제외하고 팔봉이라 하니 해마다 연말이면 무시당한 그 봉우리가 슬피 운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능선에서는 가로림만의 리아스식 해안이, 정상에서는 말미잘의 촉수처럼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간 태안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시대에는 날이 가물면 이 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암봉에 철계단과 로프 구간이 잘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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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진산인 팔봉산

가로림만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구도포구는 가로림만 안에서 조용히 숨 쉬는 고파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는 곳이라 피서철이면 방문객이 제법 많아진다. 구도 출항 시각은 오전 7시 30분, 오후 1시와 오후 4시 10분, 고파도 출항 시각은 오전 8시 20분, 오후 1시 50분과 오후 4시 50분이다. 고파도 서북쪽에 한적한 해변이 숨어 있어서 외부와 잠시나마 단절된 세상을 맛보고 싶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민박집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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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오른쪽에 있는 섬이 고파도

오후 3~4시경 구도포구에 가면 작은 어선들이 입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선에는 대개 부부가 타고 있다. 이들은 가로림만이나 연안에서 대하나 전어를 잡아온다. 배에서 내리기 전, 어부가 닻을 고정시키는 사이 그의 아내는 갑판에서 커다란 대야에 새우를 옮겨 담는다. 어부 내외의 수확물은 곧바로 포구의 횟집들로 팔려나간다. 대부분 자연산이라서 크기는 비록 작아도 고소한 맛은 월등하다. 횟감을 사 간다고 하면 식당에서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채워 포장해준다. 새우는 구이, 찜, 튀김 등으로 요리해서 손님상에 낸다. 구이나 찜 가격은 시가이며, 1인분 메뉴로는 해물칼국수나 낙지덮밥 등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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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찜

낚시가 목적인 여행객들도 종종 만난다. 이들은 갯지렁이를 미끼로 삼아 망둥어를 낚아 올린다. 망둥어는 반으로 가르면 회가 두 점 나온다. 가을 망둥어는 씨알이 굵고 맛이 달착지근해 우럭이나 광어회 뺨친다. 망둥어는 무를 넣고 조림으로 요리해도 맛이 기가 막히고, 바짝 말려서 튀김 등 밑반찬으로 해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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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포구의 망둥어 낚시

가로림만의 중왕리포구는 매년 서산갯마을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가을에는 박속밀국낙지탕이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서산의 낙지탕은 전남 영암이나 무안 지방과 달리 박속을 썰어 넣어서 끓인다. 가로림만 갯벌에서 잡힌 세발낙지는 살이 무척 부드럽다. 예전에 서산 갯마을 사람들은 낙지를 잡아서 탕을 끓일 때 시원한 맛을 살리기 위해 박속을 무처럼 나박하게 썰어서 넣었다. 또 쌀이 귀했던 보릿고개에는 밀가루로 수제비를 뜨고 칼국수를 넣어서 양을 불려 온 식구들의 끼니를 해결했다. 이런 연유로 박속밀국낙지탕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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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낙지탕의 재료인 낙지와 박

낙지는 오래 끓이면 질겨지므로 박속으로 끓인 육수에 적당히 데쳐 먹어야 좋다. 그다음에 수제비나 칼국수를 넣는데 이것이 '충청남도식 밀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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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낙지탕에 들어간 세발낙지

가로림만 북쪽, 태안의 만대포구가 마주 보이는 곳에는 벌말포구(일명 벌천포)가 머리를 내밀었다. 대산읍을 종단하는 77번 국도에서 오지리 벌천포로 가기 위해 실핏줄처럼 가는 지방도를 탄다. 이내 웅도리로 들어갈 수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 가로림만 안에서 고파도보다 약간 더 큰 섬인 웅도는 하루 두 번 썰물 때마다 갯벌 위에 놓인 차도가 드러난다. 현재 길을 1m 정도 높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사가 완공되면 웅도를 드나들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진다. 웅도는 반농반어의 농가가 60호 정도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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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선별 작업

벌말포구에 닿기 전에는 대오염전 등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을 두 군데나 볼 수 있다.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벌말포구의 가을날 오후는 꽃게를 잔뜩 잡아서 들어온 어선들, 꽃게를 대량으로 실어가려는 활어 트럭들, 소매로 구입하려는 여행객들로 잠시 파시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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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국지

[자료=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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