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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男세청이라는데…여성 국세공무원의 반응은?

조세일보 | 이희정 기자 2020.10.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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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사진 국세청)

"국세청은 男(남)세청 아닙니까?"

지난 2018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의 여성 관리자 부족을 지적하며 했던 발언이 화제가 되어 매년 국감 단골소재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세청 여직원들의 반응은 어떨까?

국세청에는 여성 국장(고위공무원 1·2급)이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개방형 직위(본청 납세자보호관)로 임관한 여성 국장은 있지만 국세청 내부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올라 가 국장급에 오른 여성 관리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국세청 여직원들이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왔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고 유승희 전 의원의 지적은 핵심을 짚은 듯 보인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온 여직원들 입장에서는 유승희 전 의원의 지적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까? 그런데 왠일인지 정작 국세청 여직원들에게 별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여성 임용비율 높은데…승진인원은 왜 쥐꼬리?

2만여명의 거대 행정기관인 국세청에도 타부처와 마찬가지로 매년 임용되는 여직원비율은 크지만 여성 승진인원은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밀리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세청의 사무관(5급) 이상 승진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229명의 승진자 중 남성은 205명, 여성은 24명이었다. 2018년에는 230명 승진자 중 여성이 30명, 2019년은 257명의 승진자 중 여성이 36명, 2020년은 220명 중 35명이 여성이었다. 매년 승진인원의 10~15% 정도만 여성이 승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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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관(4급) 이상 직급에서 여성의 비율을 보면 더 심각했다. 고위공무원단(1·2급)의 경우 32명 중 1명만 여성이었지만 이는 개방형 직위인 본청 납세자보호관(김영순 국장)으로 엄밀히 말해 승진해서 고위직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부에서 영입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부이사관(3급) 22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서기관(4급)은 229명 중 12명이 여성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5.2%다.

이 데이터만 놓고 보면 국세청이 여직원들에게 근무평가를 박하게 준다거나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여성의 승진을 막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국세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어 여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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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VS 인력풀 부족…진짜 이유는?

그렇다면 국세청 직원들은 여직원들이 남직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의 직원들은 여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남직원에 비해 뒤쳐질 수 있지만, 그것이 승진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의 불이익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여성 국세공무원 A씨는 "아무래도 여자들은 육아문제가 있다보니 1~2년 휴직하는 일이 있는데 휴직하는 것 자체로 불이익이 있다기보다는 중간에 쉬다보니, 승진연수 등이 불리한 것"이라며 "조직적으로 여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9월1일 기준 육아휴직을 하는 직원 1178명 중 여성은 852명, 남성 326명으로 여성의 비중이 많은 편이었다. 승진할 때는 대개 승진소요 연수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9급에서 8급으로 승진하는데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육아휴직 한 직원들은 휴직한 만큼 승진소요 연수에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불이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남직원도 육아휴직을 쓴다면 승진소요 연수에서 똑같이 그 기간이 빠지기 때문이다.

여성 사무관인 B씨(비고시)는 "육아휴직 1~2년 했다고 해서 승진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하는 것은 없다. 단지 승진소요 연수가 1년 부족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걸리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드문 편"이라며 "나부터도 직원들 근무평가를 할 때 여성, 남성으로 나눈다기보다는 일을 잘하는지, 적극적인지를 보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여성 서기관 C씨는 "여성이라서 특별히 불이익을 받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문제는 여성 고위관리자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력풀이 부족해서이지 유리천장이 있어서가 아니다"라며 "여성 고위관리자가 부족한 문제는 아마 몇 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서기관 D씨(행시)는 "자녀가 있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아직 자녀가 없어서 육아휴직을 쓰지 않아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동기에 비해 승진이 빨라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세청 외부에서 지적하는 여성 고위관리자 부족 문제를 '인력풀 부족'으로 대응하기보다, 여성 관리자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여성 국장이 탄생하려면 서기관(4급)에서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뒤, 다시 고위공무원(2급)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올라가야하는데 현재 국세청의 여성 서기관은 12명으로 남성에 비해 숫자가 매우 부족하다.

고위직으로 선발할 여성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복수직 서기관 승진이나 사무관 승진 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여성 승진자를 몇 명 늘렸다고 홍보하는 것 자체가 '남성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여성을 특별히 배려를 해줬다'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남직원 E씨(비고시)는 "남직원 역시 여직원이 불이익을 당하는 만큼 혜택을 받는다거나, 이익을 봤다고 느끼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여성 배려 차원에서 승진인원의 몇 프로를 여성에게 할당하라는 할당량 때문에 남직원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다. 국세청에 유리천장이 존재해 여직원이 불이익을 본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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