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실장의 발언 두고 "얼빠진 나발, 제정신 아냐" 등 강력 반발
北 "남북관계는 내부 문제...외세에 빌붙거나 도움받을 문제 아냐"
전문가, 미 대선 겨냥해 향후 북미-남북 관계 주도권 쥐겠다는 의도
◆…서훈-폼페이오 회동 모습
북한이 29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만나고 돌아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맹비난했다. (사진=청와대)
북한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만나고 돌아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맹비난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동서남북도 모르고 돌아치다가는 한치의 앞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 실장을 향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해 구접스럽게(하는 짓이 너절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는 뜻) 놀아댔다"고 힐난했다.
통신은 이어 "서 실장은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연이어 만나 최근 삐걱거리는 한미동맹 불화설로 심기가 불편해진 상전의 비위를 맞추느라 별의별 노죽을 다 부렸다"고 했다.
또한 "어느 한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 수 없다. 미국 등 주변국들과 의논하고 협의해 풀어야 할 문제'라는 얼빠진 나발을 늘어놓았다"며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 소리인가"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통신은 "북남관계는 말 그대로 북과 남 사이에 풀어야 할 민족 내부 문제"라면서 "외세에 빌붙거나 다른 나라 그 누구와 논의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성한 북남관계를 국제관계의 종속물로 격하시킨 이번 망언은 본질에 있어 민족자주를 근본으로 명시한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부정이고 배신이며 노골적인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늘 북남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인 원인이 남조선당국이 스스로 미국에 제 발을 얽매여놓고 자기를 조종해달라고 제 운명의 고삐를 맡겨버린데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북남관계를 망쳐놓고 있는 장본인에 도와달라고 청탁하는 것은 어리석은 처사"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한때 그 무슨 '운전자론'이요, '조선반도운명의 주인은 남과 북'이요 하며 허구픈 소리라도 줴쳐대던 그 객기는 온데 간데 없고 상전의 버림을 받을까 굽신거리는 그 모양새는 차마 눈뜨고 보아주기 민망스러울 정도"라고 비꼬았다.
이어 "오죽하면 세인들 속에서 '뼈속까지 친미의식에 쩌들어 있는 미국산 삽살개'라는 야유가 울려 나왔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외교안보관계를 주관한다는 안보실장의 사고와 처신이 이 정도이니 미국으로부터 무시와 냉대, 수치와 망신을 당하고 행각도중에 쫓겨온 모양새를 연출한 것도 별로 이상할 것은 없다"고도 꼬집었다.
통신은 "자주의식이 마비되면 이처럼 시와 때도, 동서남북도 가려보지 못하고 행방 없이 돌아치는 바보가 되기 마련"이라면서 "친미사대에 명줄을 걸고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농락물로 바치려하는 자의 앞길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그간 극도로 자제해오던 대남 비방을 서 실장의 방미를 계기로 다시 관영매체를 통해 쏟아내는 배경에 대해 주목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호전적'인 표현보다는 '사랑하는 남쪽동포들'이란 유화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남북 관계를 다시 재개할 수도 있다는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이 같은 북한의 청와대 주요 인사를 향한 비방은 결국 11월초 미국 대선과 관련, 이후 북미 관계 및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 표현임과 동시에 우리 정부에 대해 미국에 끌려가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를 날린 것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