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재분배 이유로…소득세 최고세율 42→45% 추진
대상자 1만6000명, 연 1조원 가량 세수 더 걷힐듯
최근 11년여간 중산·서민층 유효세율 변화 없어
"작은 소득세 규모, 재분배 기능 낮아…과세기반 넓혀야"
국회예산정책처, '2020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
최근 11년여간 중산·서민층 근로자들의 소득세 유효세율(근로소득대비 결정세액)은 하락하거나 변화가 없는데 반해, 연간 급여가 2억원을 넘는 고소득 근로자들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소득불균형 심화'가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며 누진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가 손질된데 따른 것인데,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만으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종합소득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1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행에 비해 3%포인트 인상(42→45%)한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세율 인상을 적용받는 대상자는 약 1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세법개정이 이루어졌을 땐 소득세수는 향후 5년(2021~2025년)간 총 4조8000억원(연 평균 96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정처는 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에 대해 과세형평성을 높이고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봤다.
그러나 소득세는 가장 공평하지 못했던 세금이었다. 최고세율만 건드리는 '핀셋 증세'만 이루어져서다. 실제 2014년엔 최고세율(38%) 과표 구간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넓혀졌고, 2017년엔 5억원 초과 구간의 명목세율이 40%로 올랐다. 연이어 2018년엔 3~5억원 이하·5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각각 40%, 42%로 인상됐다.
이렇다보니 소득세 유효세율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2013~2018년간 근로소득·종합소득세 소득구간별 유효세율 변화를 보면, 과표 2억 이하 구간의 유효세율은 하락하거나 변동이 없었다. 반면, 2억원 초과 구간에서의 유효세율은 0.8~4.8%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의 세법개정에 따라 최고세율이 또 오르게 되면, 근로소득 과표 10억원 초과 구간의 유효세율은 추가적으로 0.6%포인트 오른다. 과세대상자의 1인당 세부담액은 약 2700만원(2018년 과세대상자 기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조건으로 종합소득자일 땐 유효세율은 1.7%포인트 더 오르며, 1인당 세부담액은 약 4400만원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일부 계층에 대한 세부담 증가만으로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세 누진도는 높은 수준이지만, 소득세 규모가 작아 재분배 기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고소득층의 세부담 회피 가능성', '세부담 집중도로 인한 정책의사 결정 왜곡'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는 "소득세제 설계 시 고소득층 실효세율 상승 속도, 높은 면세자 비중 등을 감안해서 과세기반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조세정책보다 재정지출의 소득재분배 효과성이 높다는 견해도 있다. 보고서는 이에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를 위해서 조세의 누진구조뿐만 아니라 재정지출까지 포괄한 전체 재정운용 관점에서 정책조합간의 신중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