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국무회의 직후 文대통령에 사의 표명...文 반려후 재신임
기재위 전체회의서 공개해 파문..."당정 갑론을박에 책임지겠다"
기동민-김두관, 경제수장의 사퇴 표명에 '당황' '무책임' 비판
민주당, 달래기 나서..."경제회복에 흔들림 없이 총력 다해달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과 관련된 당정 갈등, 소위 '기재부 백기' 지적에 '책임 있는 자세 필요'을 강조하며 사직서 제출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여당 의원들의 강한 비난을 받았다. 지난 4월 비상경제회의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홍 부총리(문재인 대통령 오른쪽) (사진=청와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과 관련된 당정 갈등, 소위 '기재부 백기' 지적에 '책임 있는 자세 필요'을 강조하며 사직서 제출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여당 의원들의 강한 비난을 받았다.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기획재정부 전체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대로 10억 원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일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정부로서는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공평 차원에서 기존에 발표한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그저께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여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최근 글로벌 정세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도 있어 일단 현행처럼 10억 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개월 동안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예산 주무 장관으로서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최대한 열정을 갖고 임하겠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즉각 반려한 후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메시지를 통해 "홍남기 부총리는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후 재신임했다"고 전했다.
당정은 그간 '1주택자 재산세 완화'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놓고 심한 갈등을 보였다. 주식 양도세 기준에 대해 정부는 현행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는 것을 주장하다가 민주당의 거센 반발로 현행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가닥 잡았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사의 표명에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의 입장이 때로는 당의 입장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책적 이견이 있을 때마다 공직자들이 자신의 직을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밝힌다면 이것은 책임 정치에서 빗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명권자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묵묵하게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참모의 역할"이라며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굳이 본인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할 정도로 절박한 사유가 있었나"라고 힐난했다. 공직자의 자세라기보다는 정치인의 행보라는 비판인 셈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이미 신문에 너무 크게 보도된 상황에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그냥 10억 원으로 간다고 하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정치라는 단어를 접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기 의원은 그러나 "공직자가 설사 퇴직을 결심했다고 해도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인가"라고 반문한 뒤, "대단히 무책임하다"고 거듭 질타했다.
김두관 의원 역시 "홍남기 부총리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런 엄중한 시기에 이런 말씀을 하셔서 당황스럽고 아쉽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준비했던 질의를 서면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책임의식의 발로'라며 이해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에 대해 그동안 소신을 갖고 추진해온 홍남기 부총리의 책임의식의 발로로 이해한다"고 이해한다는 점을 언급한 뒤, "경제회복을 앞두고 총력을 기울여야 될 시기에 경제수장으로서 흔들림 없이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 사직서를 반려하고 재신임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 셈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홍남기 부총리와 함께 경제회복과 K-뉴딜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그간 4차 추경 편성,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둥 여러 가지 현안을 놓고 당정청간 갈등이 있었고, 최근 주식 양도세 부과 관련 대주주 기준에 대해 당정청과 심한 갈등을 빚어와 민주당의 강한 견제를 받아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사표를 반려한 뒤 재신임 입장을 밝혔지만, 홍 부총리의 향후 행보에 많은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