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할증과세 적용시 상속세율 60%…OECD 1위
소득세·상속세 최고세율(102%)도 OECD 중 가장 높아
"기업승계 장애요인 상속세 폐지…자본이득세 도입해야"
한경연, '기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 문제점' 보고서
◆…(사진 연합뉴스)
기업을 승계할 때 징벌적인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도한 세금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상속세율 인하하거나 과세체계를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OECD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 |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하지만 기업을 승계할 때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를 적용하면 최고세율이 60%로 오르면서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OECD 국가들 중 3번째였다. 실제 상속·증여세 부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승계 시 조세장벽을 발생시키고,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서 상속세율이 60%까지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면서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하게 해서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쓰리세븐(손톱깍이 생산업체, 당시 세계 1위)은 지난 2008년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고, 유니더스(콘돔 생산업체, 세계 1위)는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으며, 락앤락(밀폐용기 제조업체, 국내 1위)는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들 기업은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승계를 포기한 사례다.
OECD 국가들의 소득세, 상속세의 최고세율 합계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일본(100%)에 이어 2위(92%)이며, 최대주주할증평가를 적용했을 땐 102%로 세계 최고다. 임 위원은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세후소득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또는 그 반대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14위)은 계속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라 10억원 초과구간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45%(현행 42%)로 오르면 소득세율 순위도 7위로 껑충 뛸 전망이다.
| 기업의 상속세 실효세율, 주요국보다 얼마나 더 높을까 |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18조2000억원 규모의 상장주식을 직계비속에게 상속했을 때 상속세 실효세율은 58.2%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 금액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주식가치 추산한 것이다(10월23일 종가기준). 같은 조건으로 주요국에 적용하면 일본(55.0%), 미국(39.9%), 독일(30.0%), 영국(20.0%) 순이었다. 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것이다.
자본이득세 과세국가 중 캐나다는 상속 때 16.5%의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호주·스웨덴은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상속 시엔 과세되지 않는다.
임 위원은 "위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주요국보다 46~253% 높은데, 미국 46%·독일 94%·영국 191%·캐나다 253% 만큼 각각 더 높아 우리나라는 현재 징벌적인 상속세가 기업에게 사망선고처럼 과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장기적으로는 상속세 없애고 자본이득세로 가야" |
기업승계가 기업과 국가경제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관련 상속세제는 개편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세정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율을 높은 상속세율을 OECD 회원국 평균인 25%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할증과세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가격에 포함돼 있어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되므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대안으로 기업승계의 장애요인인 상속세를 폐지하고 동시에 조세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추후 상속자산 처분 시 사망자와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형평성도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