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펜실베니아·조지아·네바다 등 개표중단 소송 확산
정치권, '민주주의 훼손' 지적 나와...법원 받아들일 가능성 낮아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합법적인 투표만 계산하면 이번 선거에서 쉽게 이긴다"며 "이번 선거는 부정부패가 확인된 전례 없는 사례"라고 주장했다.(사진=YTN 방송 캡처)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예측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지역에 대해 '부정 투표'를 이유로 개표중단을 요구하는 소송, 이른바 '붉은 신기루(Red Mirage)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합법적인 투표만 계산하면 이번 선거에서 쉽게 이긴다"며 "이번 선거는 부정부패가 확인된 전례 없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뒤늦게 반영된 표로 많은 부정부패 선거가 있었다. 개표 과정에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이런 선거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선거일 뒤에 도착하는) 우편투표로 인한 부정부패가 일어나선 안된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판단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소송을 예고했다.
초반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개표 상황이 우편투표가 개표되면서 전세가 역전된 데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복을 선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이든이 부정부패로 이번 선거를 훔쳐 가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개표를 참관할 수 없도록 한 금지 조치가 투표 사기로 이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는 대대적인 소송이 대선 개표과정에 의구심을 만들고 승자 확정을 지연시킬 수 있으나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계정 글 캡처)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바이든이 차지한 모든 주에 유권자 사기와 주 선거 사기가 있어 우리가 법적 소송을 걸 것이라며 "미디어에 증거는 충분하다. 우리가 이긴다! 아메리칸 퍼스트!"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글은 트위터 운영진에 의해 볼 수 없도록 곧바로 1차 차단 조치가 취해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우편투표 등 투표 종료일 이후 도착한 유권자 투표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나아가 우편투표 등에 대한 유권자 사기 문제도 거론했다. 일부 주에 대해선 개표 참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선거 부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 같은 경합주에 우편투표 집계 중단과 개표 중단을 위한 소송을 걸었다. 역전당한 러스트벨트 위스콘신에선 재검표를 요구했다.
트럼프 선거본부 관계자들은 이날 네바다에서 무자격자가 투표를 하고, 투표권을 도둑맞는 등의 투표 부정 사태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개표중단 소송을 제기한 것은 미시간·펜실베니아·조지아에 이어 4번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캠프는 미시간 주정부가 개표를 가까이서 참관하는 것을 막았다면 개표를 중단해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미시간주 재판소의 신시아 스티븐스 판사는 이날 심리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가 전날 제기한 개표중단 소송을 기각했다. 개표가 끝나기 몇 시간 전에 소송이 제기돼 너무 늦었다는 설명이었다.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미시간에선 바이든 후보가 개표 중반까지 트럼프 대통령에 밀렸으나 막바지에 우편투표가 개표되기 시작하면서 2.6%포인트 차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현재 개표율이 98%라 더 이상의 역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선거본부 측은 경합주를 포함해 트럼프 패배가 예상되는 다른 여러 주를 상대로 다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나, 증거 불충분 등으로 법원의 우호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붉은 신기루' 작전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미국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트럼프가 소송을 제기한 경합 주는 펜실베니아,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 등이다.
특히 펜실베니아는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어 매우 중요한 경합주다. 미시간과 조지아도 각각 16명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네바다는 선거인단이 6명에 불과하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트럼프나 바이든 양 후보가 놓치면 안 되는 중요 경합지역이다.
트럼프 선거본부와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지난 4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 항소법원에 개표 과정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선거본부측은 이 지역에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개표가 투명해질 때까지 개표를 일시적 중단과 공화당 선거 참관단이 개표 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보다 '용이한 접근'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 법원 판사는 펜실베니아주 개표가 '주(州) 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결정하면서 소송을 즉시 기각됐다.
트럼프 선거본부는 미시간 주 법원에도 '용이한 접근'이 가능할 때까지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밝혔다. 미시간은 6일 현재(KST) 99%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바이든 후보가 50.5%를 득표, 트럼프의 47.9%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미시간 법원측은 선거가 투명하게 치러졌고, 양당 관계자 및 시민들에게 개표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접근권이 주어졌다며 이같은 트럼프 선거본부의 의혹 제기를 반박하는 모습을 보인 등 소송 제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네바다 주 대법원 역시 트럼프 선거본부가 제기하는 우편 투표 개표 중단 등 소송을 증거 불충분 등 이유로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조지아주는 트럼프 선거본부와 공화당 소속 이 지역 의원들이 제기한 우편 투표 개표 중단 소송 요구에 대해 아직까지 어떠한 결론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선거본부와 공화당측은 선거 당일인 3일(현지시간) 오후 7시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는 주 법에 따라 개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개표 종사들에게 상기시키라고 판사에게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정시 이후에 도착한 투표함에 대해 주 정부에 보전 신청을 요청한 상태다.
'붉은 신기루(Red Mirage)'는 공화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에 빗대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바이든 후보가 추격하면서 초반의 붉은 물결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개표가 시작되면서 점차 전세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기울자 '대선 승리' 선언과 '부정 선거 소송' 제기 등을 구사하는 '붉은 신기루' 작전을 개시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지역의 개표는 중단을 선언하는 등 민주주의 절차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략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꾸준히 트럼프에 우위를 지켰다. 특히 이들 3개주는 다른 주보다 우편투표 개표가 늦기 때문에 바이든에 유리한 우편투표 결과가 후반에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이곳은 트럼프가 초반에 이기다가 역전 당하는 붉은 신기루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꼽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