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편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해 '불복' 선언
트럼프 지지자 16% 바이든 지지자 22%, "선거 지면 폭력 불사"
WP, 트럼프 기자회견에 "거짓말에 거짓을 더한다"고 비판
선거가 연방대법원까지 갈 경우, 미국의 국정 공백 불가피할 듯
◆…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해 선거불복을 선언했다. (출처 ABC뉴스 유튜브 라이브 캡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틀 전에 치러졌다. 우편투표가 기록적으로 많아 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일 뒤늦게 도착한 우편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해 '불복'을 선언했다. 혼란스런 미국 대선의 모습을 보면, 과연 미국이 민주주의 모범국이자 세계 최강국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지금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양측 지지자들 간 폭력 사태이다. 지난 10월에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자 22%와 트럼프 지지자 16%가 “우리 편이 지면 시위에 나서거나 폭력도 불사하겠다”고 답했다.
뉴욕 맨해튼, 워싱턴DC 등 대도시 상점들은 폭력 사태 대비해 건물을 합판으로 둘러싸고 있다. 미국인들은 폭동에 대비한 자구책으로 총기와 총탄을 대량 구입하고 있으며 미국 주 정부들은 주 방위군을 배치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친트럼프 페이지인 '도둑질을 멈춰라'를 폐쇄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 페이지는 미국 보수 정치단체 '아메리카 퍼스트를 위한 여성들'이 개설한 페이지로 개설 하루 만에 회원 수가 36만을 넘겼다.
해당 단체는 투표의 진실성을 위해 개표 현장에 군대가 필요하다며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바이든과 경합 중인 주에 시위대를 보낼 항공료와 숙박료를 요청하는 등 무장 시위를 선동했다. 일부 회원은 '내전'을 주장하며 총기를 사용하는 과격 행위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라 거짓 주장하며 선거 불복을 선언해 폭력 사태의 활시위를 더욱더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5일 저녁(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 나와 “이번 선거는 조작됐다. 합법적인 투표로 계산하면 내가 이긴다. 바이든이 부정부패로 이번 선거를 훔쳐 가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 개표를 참관할 수 없도록 한 금지 조치가 투표 사기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거짓에 거짓을 더한다”고 비판하며 바로 사실 확인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합법적인 표만 세면 내가 쉽게 이긴다. 불법투표를 세고 있어 선거 승리를 우리에게서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사실확인결과, 개표되고 있는 우편투표는 선거일이나 그 이전에 합법적으로 투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바이든 진영)이 선거를 훔치고 조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확실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을 법원이 이미 기각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일 이후에 기표한 선거용지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선거일까지 우편 접수를 한 선거용지가 계속 들어오고는 있지만, 선거일 이후에 접수된 용지가 개표소에서 처리됐다는 증거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선거체계를 파괴한 부패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는 음모론으로 수십 년 동안 우편투표가 투표 사기로부터 자유롭다는 산더미 같은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100번 이상 우편투표에 대한 허위 주장을 펼쳤다.
미국 선거전문가들은 우편투표가 직접투표보다 투표 사기에 취약한 것은 맞지만 투표용지를 검증하는 안전조치 때문에 두 방법 모두 믿을 만하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불복을 선언해 이번 선거를 대법원까지 끌고 갈 것으로 보여 미국의 국정 공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승자가 되더라도 국정운영은 당분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 46대 대통령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 외교도 멈출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바이든 후보가 최후의 승자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당선 뒤, 인수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비서실장과 국무장관 등 핵심 관료를 임명해 내년 1월 20일 취임까지 두 달 동안 트럼프 행정부와 인수인계 작업을 해야 하나, 소송 전으로 늦어지는 만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인수인계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모금 책임자인 앨런 케슬러는 "트럼프가 조용히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진다면 조작과 사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바이든 인수위원회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