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DJ처럼 직접 설득해야"
"트럼프-김정은 처럼 만나 악수하고 산보하는 일 상상할 수 없어"
"북미 관계,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 커...1:1 협상 어려울 것"
"만일 김정은 벼랑끝 전술 쓰면 바이든 강경 대응할 것"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과 관련, "바이든 당선자도 오바마 정부 시절에 부통령으로 8년이나 일을 했고 또 민주당 때도 민주당으로 상원의원으로 쭉 있었지만,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정책은 북한을 혼내고 징벌하는 그런 차원에서 문제를 풀라고 그랬었다"며 트럼프 정권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정세현 부의장은 이날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싱가포르까지 가서 만나서 악수를 하고 둘이 같이 산보를 하고, 이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북한은 그야말로 그때가 꿈결 같은 시기였을 거"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부의장은 이어 "북핵 문제가 불거진 게 90년대 초인데, 그 이후에 클린턴 정부, 부시 정부, 오바마 정부, 트럼프 정부 바뀌었다가 다시 바이든 정부로 넘어가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북한과 1:1의 관계로 문제를 풀려고 하진 않았다"고 말해 트럼프 시대 빼놓고는 북한에 유화적이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에서는 다시 징벌 차원에서, 또는 압박과 제재라는 방식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그렇게 밀고 나가면, 그사이에 우리가 끼어가지고 문제는 해결 안 되고 시간은 걸리고 답답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TV토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량배', '폭력배'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을 언급한 뒤, "그게 바이든 당선자만의 생각은 아니고 미국이 그동안에 전통적으로 북한을 악마화시켜 왔었다"며 "유일하게 트럼프는 악마화시키기 보다는 약간 놀리는 식으로 '리틀 로켓맨'이니 이야기를 했다. 다시 악마화시키는 시대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라고 거듭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반응에 대해선 "그렇게 되면 북한이 자기한테 붙인 악마의 딱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미국과 1:1로 협상하려고 할 거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좀 더 거세게 받아치고 그다음에 '벼랑 끝 전술'을 써서 미국이 견디다 못해 오히려 뒤로 협상을 하자고 제안해 오기를 바라는 식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양쪽 모두 과거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년 3월에 예년처럼 한미연합훈련을 하거나 하면 연합훈련 기간 중에는 잘못하면 반격을 당할 수 있으니 감히 그런 짓을 못하다 거의 끝난 직후에 미사일 시험을 하거나 또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정권 초부터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달래는 식으로 나갈 순 없을 거고, 그렇게 되면 굉장히 강경한 정책으로 나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미국 관료들의 대북관이 기본적으로 북한을 한참 아래로 보고, 북한이 먼저 행동을 해야만 핵을 포기하거나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확실하게 약속해야만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면서 "북한의 그런 행동에 대한 반대급부는 언제 두느냐? 그건 북한이 먼저 행동하고 난 뒤에 미국이 생각해봐서 해 줄 수도 있고 안 해 줄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그게 문제"라고 트럼프 시대 이후의 분위기를 전망했다.
그는 1999년 '페리프로세스'를 언급한 뒤, "그런 3단계 접근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일명 '페리프로세스'를 이 민주당 정부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비록 그것이 20년이 넘은 거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그것을 다시 한 번 리바이벌 시킬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문재인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한미 간 협의를 좀 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가 언급한 '페리프로세스'는 미국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대북정책조정관일 때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동일한 조건에서 북한에 가서 합의를 한 소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기 전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면 미국이 1단계 경제적 보상을 해 주고, 2단계에서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면 미국이 또 다른 보상을 해 주고,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북일 수교, 북미 수교까지 해 줘가지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한다는 3단계 접근론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향해서 "문재인 정부가 남은 1년 반 동안 바이든과의 연결고리를 빨리 만들어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문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가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 한다"면서 "1998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만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설득을 해서 자기의 대북 정책, DJ의 대북 정책의 지지를 끌어냈듯이 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만나가지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제언했다.
그러면서 "솔직한 이야기로 미국의 대외 관계에서 북핵 문제는 그렇게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는 죽고 사는 문제"라며 "그러니까 이렇게 비중이 다른 문제를 놓고 미국하고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