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주가 고점대비 13.3% 하락…국민연금 한달간 63만여주 매각
정의선 회장, 현대글로비스 지분 23% 보유…특수관계인 포함 51%
◆…현대글로비스의 최근 1년여간 주가 변동 추이. 캡처=키움증권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 회장 취임후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때 52주 최고가를 기록하며 급등락 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히자 지난달 20일에는 최고가 22만2000원까지 급등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 측도 정 회장의 취임을 전후해 전기차 배터리, 수소 공급망, 중고차 사업 등 기존 사업영역을 뛰어 넘는 다양한 사업에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13일 전일보다 0.8%(1500원) 내린 19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거래량은 28만8971주로 전일에 비해 29.5% 줄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지난달 20일의 323만8647주의 1/10에도 못미칩니다.
국민연금공단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으로 몸값이 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26일까지 63만9983주를 팔아 지분율을 9.79%(367만1032주)로 낮췄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민연금공단의 보유 물량이 대량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16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지배구조 개편이 정 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보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대주주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를 최대한 높이고 이를 활용해 최상위 지배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정 회장에게 가장 유리하게 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뒷받침 되어야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중고차 사업, 전기차 배터리 렌털 사업, 수소에너지 운반사업 등 유망 신사업을 주도하겠다고 나섰고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현대글로비스에 힘을 실어주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배구조 개편은 2018년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를 주도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리하는 등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져 있는 상태이어서 정 회장 측에 유리한 형국입니다.
현대차그룹의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이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며 무산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의 지분 33.88%(1억3731만8251주), 기아차가 현대모비스의 지분 17.24%(1642만7047주),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보통주 지분 21.43%(4578만2023주)를 갖는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분포는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23.29%(873만2290주)를 갖고 있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분 6.71%(251만7701주)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절반을 넘는 51.39%에 달합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이 3조668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2.8% 줄었다고 공시했습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614억원, 1622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38.1%, 257.5%를 기록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의 3분기 매출액은 CKD(반조립제품) 부문과 해운 부문의 부진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습니다.
물류 부문 중 국내 물류는 완성차의 국내 생산과 판매 물류가 증가하면서 전년동기에 비해 5% 성장했습니다. 해외 물류는 인도향 물동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선진국 위주의 물동량 감소로 6% 줄었습니다.
해운 부문에서도 고객사들의 물동량 감소와 진행률 기준 회계반영으로 완성차 해상운송의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31% 감소했고, 벌크해상운송의 매출액도 Spot(현물) 물량의 축소로 39% 감소했습니다.
하나금융투자 송선재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3분기 실적이 외형 축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의 절대규모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면서 “밸류에이션이 P/E(주가수익비율) 12배, 주가순자산비율(P/B) 1.3배까지 높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송 연구원은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과 신규사업에 대한 기대감들을 선반영한 수준”이라며 “관련 기대감들이 현실화 된 후 기업가치 상승을 이끄는데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하반기들어 미래 전략에 대한 청사진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면서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MOU 체결을 시작으로 속도가 붙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 하준영 연구원은 “신사업이 구체화 되면 그룹사에 대한 높은 매출의존도와 신규 성장동력 부재가 해소될 것”이라며 “다만 신사업이 수익성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했으나 정 회장 일가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 여부와 2018년의 지배구조 개편안 재현 가능성 등으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