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특례제척기간인 "그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 이내에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징수처분'에는 이러한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원천징수분 법인세의 납부의무는 과세관청의 부과권의 행사에 의하지 않고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자동확정되는 것이므로, 거기에 부과권의 제척기간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라고 판결하였다.
과세관청은 통상 부과할 세액을 확정하고 동시에 그 세액의 납부를 구하는 부과처분과 확정되어 있는 세액의 납부를 구하는 징수처분을 한다.
과세관청은 제척기간이라고 하는 세법에서 정한 신고기한으로부터 몇 년의 기간이 경과하면 부과처분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부과처분이 타당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오면 더 이상 부과처분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특정한 경우 그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달리 과세하는 것이 더 형평에 맞는 경우가 있다. 가령 어느 사업연도에 부과처분을 하였는데, 소송에서 그 사업연도에 대한 부과처분은 위법하나 다른 사업연도에 대한 부과처분은 타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는 경우이다.
이 경우 과세관청은 그 판결이 나온 때로부터 1년 이내에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 이를 특례제척기간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세액을 확정하여 납부를 구하는 과세관청의 권리를 부과권이라 한다.
반면, 이미 확정되어 있는 세액의 납부를 구하는 과세관청의 권리는 징수권이라 한다. 이는 통상의 채권채무관계에서 채권자가 가지는 권리와 유사하다.
원천세는 지급하는 시점에 얼마의 세액을 징수하여야 하는 지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는 전제에서, 원천세를 납부하지 않으면 과세관청은 징수처분을 한다.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징수처분을 하고, 그 징수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판결된 후, 과세관청이 다시 특례제척기간에 기하여 징수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원고는 2005년에 제일은행의 주식을 양수하였다. 원고는 양도인의 주식양도차익은 한국-말레이시아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가 면제되는 것으로 보아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그 후 과세관청은 세무조사에서 말레이시아 법인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실제 주주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 주주를 기준으로 조세조약을 적용하여 '원천징수분 소득세' 징수처분을 하였다. 소득자가 개인인 것을 전제로 과세된 것이다.
이 징수처분에 대해 법원은 "원천징수분 소득세"가 아닌 "원천징수분 법인세"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하였다. 소득자를 법인으로 보아, 소득세법이 아닌 법인세법에 따라 처분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 판결을 받고 1년 이내인 2015년에 과세관청은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법인세"로 재차 징수처분을 하였다.
여기에 대해 원고는 세법에서 정한 5년의 소멸시효가 경과하였으므로 재차 징수처분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즉, 원천징수세를 납부하여야 할 시점인 2005년으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5년에는 징수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과세관청은 두 번의 징수처분은 사실상 같은 것이므로, 처음 징수처분을 한 때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두 개의 징수처분이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특례제척기간에 따라 재차 징수처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차 징수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먼저 세목이 '소득세'인 1차 징수처분과 근거 세목이 '법인세'인 2차 징수처분에는 처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1차 징수처분으로 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특례제척기간은 부과권의 행사에 대한 것으로 징수처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최초 원천징수의 근거 '세목'을 잘못 판단하여 1차 소송에서 패소하였고, 그 사이 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다시 징수권을 행사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특히, 과세관청은 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을 주장하기도 하였는데,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은 엄연히 별개의 규정이므로 제척기간을 전제로 한 특례제척기간이 징수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두36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