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역동성 저하, 잠재성장률 가파른 하락 야기
"규제 혁신, 노동경직성 해소 등 선행되어야"
한경연, '한국경제의 역동성 진단' 보고서
우리나라의 산업역동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역동성이 급락하는 속도도 가파른 모양새다. 이러한 배경엔 잠재성장률이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한국경제의 역동성 진단' 보고서를 통해 "산업역동성의 급속한 저하를 막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한국 산업역동성, OECD 33개국 중 30위 |
◆…(자료제공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8년 기간 우리나라 산업역동성은 OECD 33개국 중 30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산업구조 변화속도로 측정된 산업역동성(변화속도가 높을수록 산업역동성도 높음)을 한국을 포함한 OECD 국가들에 대해 연도별로 측정한 이후 5년 기간 평균값을 상호 비교한 결과다. 2009~2013년 기간에도 비교대상 32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2004~2008년 기간에도 비교대상 31개국 중 29위로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1998~2003년 기간에는 비교대상 31개국 중 10위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이 높아지고 산업구조가 성숙해질수록 산업구조 변화속도, 즉 산업의 역동성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라면서도 "우리나라처럼 급속히 산업의 역동성이 저하되는 경우는 보편적이지 않고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요국에 비해 소득 대비 산업구조 변화속도가 상당히 낮다고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경제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특정 소수의 산업에만 의존해 성장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 외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 부재한 상황이며 이는 산업역동성 급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 서비스업 산업역동성 하락 속도 제조업보다 훨씬 커 |
◆…(자료제공 한국경제연구원)
한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분리해서 산업구조 변화속도를 측정한 결과, 최근 서비스업의 산업구조 변화속도 하락이 제조업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1~2019년)의 평균 산업구조변화 속도 평균값을 비교했을 때 서비스업의 하락 폭은 이전 10년(2001~2010년)에 비해 마이너스(-)38.4%로 제조업(-29.6%)보다 컸다. 산업의 역동성 저하에 서비스업의 영향이 컸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경연은 서비스업의 산업역동성이 제조업보다 낮은 이유로는 최근 서비스업에서의 강한 규제·혁신부진이 근본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마트 규제, 우버, 타다 등의 신(新)모빌리티 사업 금지 등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서비스업 사업 환경은 혁신이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 "잠재성장률 빠른 하락, 산업역동성 급락 주원인" |
보고서는 실증분석을 통해 산업역동성 추세는 성장률 추세와 양(+)의 관계가 있다고 밝히면서, 이는 산업역동성의 추세적 하락이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 중의 하나라는 실증적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OECD 보고서를 포함한 여러 연구에선 고령화·저출산 심화, 생산성 하락 등을 잠재성장률 급락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산업역동성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와 노동경직성 등도 반드시 언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산업역동성을 제고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고 기업·산업 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감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