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적극적 뇌물 공여" vs 변호인 "대통령 질책에 수동적 지원"
이 부회장, 대법서 뇌물액 86억으로 50억여원 증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0일 오후2시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공모' 혐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찰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30일 오후2시5분 진행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며 1·2 심에서 구형한 징역 12년보다 구형량을 3년 낮췄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각각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또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라우싱'을 몰수할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특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매수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며 "이 부회장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뇌물을 공여했다고 판시함으로써 이 사건 범행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이익을 얻기 위해 능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사건임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상호 윈-윈을 추구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뇌물 범행"이라면서 "대통령과 최씨의 겁박에 이기지 못한 수동적 뇌물이 아니라 적극적인 뇌물 공여라는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명시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대법원에서 뇌물공여 액수를 86억8081만원으로 늘린 점도 강조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파기환송 전 항소심 판결과 비교하면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50억원 이상 증가한 바 액수만 고려해도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함은 다툼의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면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그러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특검은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갖고 미래전략실에서 승계 작업을 했다고 판시한 사실이 명시적으로 확인된다"며 "승계 작업의 의미를 보면 뇌물 구성 요건인 '대가성'을 구성하는 직무상 편의 제공에 삼성물산 합병 등이 구체적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뇌물' 범행이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범행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횡령이나 뇌물 금액이 거액인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면 평등의 원칙과 법원조직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건 자체의 중대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헌법에 따른 적정한 판단이 내려지면 사법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사건이라고 판단한다"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진행되는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제공한 뇌물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요구한 것에 따른 기업의 불법지원이 본질"이라며 "(이 부회장은) 수동적으로 지원했고, 부당한 요청을 하지 않았고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적극적 뇌물 공여라는 주장의 근거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대등한 관계에 있었고,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단독 면담에서 올림픽 승마 지원이 미진하다고 질책하는 등 (이 부회장은) 질책을 받는 관계였다"고 말했다.
나아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신 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인정한 부분도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지원했다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신 회장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보면 강요죄 피해자가 아님을 설명하는 것일 뿐 적극적 뇌물 공여를 인정하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도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독립된 준법감시위를 설치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전문심리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냈고, 재판부도 삼성의 과거 사건과 관련해 위원회의 석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과 삼성은 준법감시제도가 100%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지난 기일에서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 중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실행했다. 이사회 의결과 같은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7개 계열사들이 위원회를 따르겠다고 서약했고, 합병과 관련한 부분도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예정이란 취지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뇌물 298억2535만원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말 구입비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뇌물액이 줄어들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34억원)와 영재센터 후원금(1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자금으로 최씨에게 살시도·비타나V·라우싱 등 말 구입대금을 뇌물로 제공했고, 최씨는 이 말들을 받았다고 봤다. 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현안'을 부정해 뇌물이 아니라고 본 2심 판단을 뒤집어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항소심의 36억3484만원에서 86억8081만원으로 50억여원이 늘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