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정인이 사건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16개월 만에 생을 마감한 정인이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던 소아과 전문의는 “15개월 아기한테 맞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체념한듯한 그런 표정이었다”고 회상했다.
5일 정인이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소아과 전문의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인이는 제가 아주 자주 진료를 했던 아이는 아니고 2020년 1월 말쯤부터 9월 23일 제가 신고 당일까지 예방접종 포함해서 8~9번 정도 진료를 했었던 환자”라고 말했다.
이어 “9월 23일 날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오랜만에 등원을 한 정인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인다고 하시면서 저희 병원에 데리고 오셨고 저도 그때가 약 두 달 정도 만에 정인이를 본 상황이었는데 두 달 전과 비교해서 너무 차이 나게 영양상태나 전신상태가 정말 불량해보였고 진찰 소견상 어떤 급성질환으로 인한 일시적 늘어짐이나 이런 게 아닌 걸로 판단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5월 달에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1차 아동학대 신고를 하셨을 때 허벅지 안쪽에 멍 자국에 대한 아동학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경찰 분들하고 아동보호기관, 그리고 부모님하고 같이 저희 병원에 갑자기 오신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7월쯤 예방접종하러 저희 병원에 엄마가 데리고 오셨는데 접종 전 진찰에서 구강 내에 어떻게 설명하기 힘든 깊고 큰 상처가 있어 엄마한테 그걸 직접 보여드리면서 어떻게 된 건지 또 그동안 먹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지 여쭤봤는데 잘 모르시겠다고 대답을 하셔서 혹시 모르니까 어린이집에서 다치진 않았는지 확인해보시라는 얘기까지도 한 적이 있었다”며 “이런 진료내용이 있었던 차에 9월 23일 날 정인이 모습을 보니까 마치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심각한 아동학대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신고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고 전 정인이를 봤을 때 고통을 호소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너무 전신 상태가 늘어져 있고 이런 말이 15개월 아기한테 맞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체념한듯한 그런 표정이었다”며 “원장님 품에 축 늘어져서 안겨 있었는데 제가 오랫동안 아이들을 많이 봐온 경험을 비춰봤을 때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 어른들로 치면 자포자기랄까 아이한테 그런 얘기를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인이 케이스는 세 번이나 아동학대신고가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설사 그게 조사과정에서 법적인 뚜렷한 물증이 없었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동학대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99%라고 하더라도 사실일 가능성 1%에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해야 하는 그런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어른들이 과연 아동학대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다시 재고해봐야 될 것 같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어른들의 어떤 분노한 감정이 저항이 어려운 아이들한테 그대로 전가가 되는 일이 너무 많고 또 도를 넘는 심각한 체벌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한 교육방법이다 라고 생각하고 학대가 아니라고 잘못 생각하는 어른들도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를 통해 일명 '정인이 사건'을 재조명했고 이후 양부모와 경찰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