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마지막해, 일상 회복과 경제 활력에 국정운영 집중 의지
지난해 위기극복 자신감...'회복·도약·포용의 해' 비전 밝혀
부동산 관련 '사과와 함께 수요억제에서 공급확대로 정책 전환' 시사
남북대화 필요성 재확인...'코로나 공동대응 위한 비대면 대화' 제안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통해 '민생경제' 회복 등 올해 국정운영의 비전을 명확히 했지만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는 아꼈다. 신년사 발표 모습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축년(辛丑年) 신년사를 통해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혀 올해 국정운영의 비전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새해는 분명히 다른 해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 국민들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민생과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 경제지표 자신감...코로나 조기 종식 통해 일상 회복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지난해)국민 모두 어려움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며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 불확실성들이 많이 걷혀, 이제는 예측하고 전망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고 코로나 극복의 기대감을 보였다.
지난해 K-방역이 세계적 모범을 보인 점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을 보인 점 등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여전히 밝음을 보여주는 경제 전망 지표들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특히 다음 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돼,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방역의 마지막 고비를 잘 넘긴 후 집권 5년차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취약계층의 코로나 위기 극복을 지원하고, 앞으로도 확대 재정 정책을 통해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30조 5천억 원의 일자리 예산을 올 1분기에 집중 투입해 특히 청년·어르신·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일자리 104만 개를 만들고 이와 함께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과 오는 7월부터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통해 '격차를 좁히는 위기 극복'을 강조하기도 했다.
◆ 부동산 문제, '사과와 함께 정책 전환' 시사...'투기억제'에서 '공급확대'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의 발목을 잡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주거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실상 첫 사과를 한 점도 주목된다.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한 점이나,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는 대비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해 그간 '수요억제'를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정책으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설 이전에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투기 억제' 정책보다는 '주택공급 확대' 방향의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도권 부동산 문재 해소를 위해선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이 함께 주택공급을 확대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제안해 왔다.
◆ 남북관계, 현실 고려해 발언 수위 낮춰..."방역 공동대응부터 남북이 할 수 있는 일 시작"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평화선언'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남북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 쪽으로 방점을 찍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남북관계 역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앞선 제8차 당대회 발언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특히 남북관계가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면서도 우리 정부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 3년전 봄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미국의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마지막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남북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코로나 사태를 매개로 한 방역·보건 협력이 우선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기 위해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 등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대화 방식으로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지엔 변함이 없다는 점도 밝히며 남북 대화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김 위원장이 밝힌 핵무기 및 핵잠수함 개발 관련 발언 등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불필요한 공방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전직 대통령 사면론 등 민감 정치현안 언급 안해...불필요한 갈등 피해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민감한 정치 분야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더 이상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끄집어내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됐다.
권력기관 개혁 문제에 대해선 이미 법 개정이 이뤄진 상황이므로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의를 밝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관계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다만 "공정경제 3법과 노동 관련 3법은 경제민주주의를 이뤄낼 것이며,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다"고만 밝혔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는 연설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새해벽두에 제기한 '사면론'에 여야는 물론 민심까지 찬·반 양론으로 비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통령의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점으로 풀이된다.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이런 점과 연관해서도 이전에 문 대통령이 사면 관련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