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 오후 이재용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늘어난 뇌물액 86억원…법정구속 영향 줄지 관심
재판부 요구 '준법감시위'…실효성 여부 판단되나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18일 오후2시 서울고법에서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구속 여부가 오늘(18일) 오후 결정된다. 법원이 대법원에서 늘어난 뇌물공여액 86억8081만원을 토대로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2시5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박영수 특별검찰팀은 지난달 30일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및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함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징역 9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뇌물 298억2535만원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말 구입비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뇌물액이 줄어들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34억원)와 영재센터 후원금(1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자금으로 최씨에게 살시도·비타나V·라우싱 등 말 구입대금을 뇌물로 제공했고, 최씨는 이 말들을 받았다고 봤다. 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현안'을 부정해 뇌물이 아니라고 본 2심 판단을 뒤집어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항소심의 36억3484만원에서 86억8081만원으로 50억여원이 늘어났다.
■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여부…양형 잣대되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지난해 초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파기환송심의 가장 큰 쟁점은 재판부의 주문으로 설치된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을 양형에 고려할지 여부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양형에 반영한다면 뇌물 액수와 상관없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첫 공판에서 "삼성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했다면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도 이러한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과 미국 대기업의 준법감시제도를 참고하라"며 준법감시위 설치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월 열린 4차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통해 준법위의 실효성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형량에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2월 윤리·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를 공식 출범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노동·시민사회 소통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권고했고,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전문심리위원'을 통해 점검해 양형 판단에 고려할 뜻을 밝히자 '감경 명분'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검도 지난해 2월 재판 편파 진행을 문제 삼아 법원에 재판장 기피신청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추천한 전문심리위원들이 엇갈린 의견을 냈다. 특검은 출범한지 1년이 되지 않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이 부회장 측은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등 대국민사과를 통해 실효성을 담보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추천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박근혜 뇌물'…수동적 지원? 적극적 제공?
◆…대법원에서 86억원으로 늘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18일 서울고법에서 진행되는 파기환송심 선고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금액의 성격을 능동적 뇌물로 볼 수 있는지도 파기환송심의 양형에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1심은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를 89억여원으로 보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반면 2심은 '수동적 뇌물'이라고 판단해 뇌물 액수를 36억원으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이후 대법원은 다시 86억여원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매수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며 '적극적 뇌물공여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상호 윈-윈을 추구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뇌물 범행이라는 것이 인정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금액은 대통령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공한 뇌물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요구한 것에 따른 기업의 불법지원이 본질"이라며 "(이 부회장은) 수동적으로 지원했고, 부당한 요청을 하지 않았고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신 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인정한 부분도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지원했다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신 회장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보면 강요죄 피해자가 아님을 설명하는 것일 뿐 적극적 뇌물 공여를 인정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