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변인 주재 브리핑..."북한 원전 추진' 관련 공식 입장 밝혀
"남북경협 활성화 대비…北비핵화 후 추가 검토 필요" 한계도 명시
"추가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 없이 종결" 내부 문서임 거듭 강조
야권, '명백한 이적행위', 검찰 추가 수사 및 진실 밝힐 것 촉구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논란이 된 '북한 원전 추진' 문건에 대해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비해 실무 정책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것"이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산업부는 31일 오후 6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북한 원전 추진' 논란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신희동 산업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최근 한 방송사가 공소장 내용을 보도하면서 공무원이 삭제한 목록을 공개했고, 이에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논란이 불필요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대변인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이날 브리핑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신 대변인은 "산업부 내에 있는 보고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의 작성배경을 파악해 본 결과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각 부서별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했다"며 "북한 원전 관련 문서의 경우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 문서는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총 6쪽 분량"이라며 "서문(序文)에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으며, 결문(結文)에서는 '북·미간 비핵화 조치 내용과 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검토 필요'라고 검토의 한계를 기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서의 내용도 북한 지역 뿐 아니라 남한 내 여타 지역을 입지로 검토하거나, 남한 내 지역에서 원전 건설 후 북으로 송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기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동 문서는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면서 "따라서 이 사안은 정부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산업부 내부 차원의 문서임을 못 박았다.
앞서 SBS 방송과 일부 언론들은 월성 1호기 관련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 직전 삭제한 파일 내용 중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삭제된 파일 중 핀란드어로 '북쪽'이란 명칭의 파일이 있었고, 이 파일 안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등 다수의 북한 관련 파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 29일 해당 문건이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해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검토 자료라고 해명한 바 있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는 '이적행위'라는 수위 높은 비판이 이어지자 급기야 이날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추가 브리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9일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는 '명백한 이적행위' 의혹과 함께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북풍공작과 다를 바 없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아울러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할 수 없는 혹세무민하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과거)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면서 "김 위원장은 발언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당도 같은 날 산업부의 월성 원전 관련 삭제 파일 530개 가운데 '북한 원전건설 추진안'이란 문건이 포함돼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북한 원전 건설은 '소설'이 아니라 '다큐'였다"고 맹비난했다.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기 관련 경제성 평가 감사로 시작된 동 건이 감사 직전 산자부 공무원들의 중요 문서 불법 폐기로 촉발돼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은 물론 북한 원전 건설 지원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정치권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또한번 '북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산자부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관련해 특검까지 요구하고 나서 오는 4.7 재보선은 물론 앞으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도 맞물려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정치권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