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취소하고 실형 선고…"집유 의무 여러 차례 위반해"
나발니 "한 명 투옥해 수백만 명 겁주려는 것…불법 재판" 주장
미 국무장관 "깊은 우려"…시위자·나발니 즉각 석방 촉구
◆…<체포되는 알렉세이 나발니 사진 = 연합뉴스>
구속된 러시아 야권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에 미국 측은 러시아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즉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노놉스키 구역법원이 집행유예 판결취소 공판에서 심리 9시간여 만에 집행유예를 취소하고 실형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공판에서 교정 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나발니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6차례나 감독 기관에 출두하지 않는 등 집행유예 기간 동안 의무를 불이행했다”며 이에 집행유예 판결이 실형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앞서 연방형집행국은 그의 2014년 사기 연루 유죄와 관련해 집행유예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집행유예 판결취소를 제기했다.
나발니는 2014년 프랑스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로부터 3천100만 루블(약 5억9천만 원)을 불법적으로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과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미국 측은 깊은 우려를 표하며 나발니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토니 블링켄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야권 인사 나발니에게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대체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표현의 자유와 평화 집회 등 그들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최근 몇 주 동안 잘못 억류된 수백 명의 러시아 시민과 나발니를 석방할 것을 반복적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 출두한 나발니는 발언 기회에서 “한 사람을 투옥해 수백 명을 겁주려는 것”이라며 “나의 석방과 다른 시위자들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 재판은 불법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푸틴의 정적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야권 운동과 알렉세이 나발니는 비행기에서 독극물 테러로 쓰러진 후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나발니를 치료한 의료진과 독일 측은 그가 러시아가 개발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누군가 나발니를 침묵시키려 했다”며 “러시아가 진상 규명에 협력하지 않으면 EU와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를 반박하며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수사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나발니는 이러한 사태 후에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롯한 정부 인사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체포될 줄 알면서도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지난 17일 러시아로 귀환한 뒤 체포됐다.
이에 감명을 받은 수많은 러시아인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수백 명이 체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