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녹취록' 파문에 "김명수, 대법원장 자격 상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오른쪽 두번째부터),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주장이 '녹취록' 공개로 거짓으로 들통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등 야권은 김 대법원장의 자격 문제를 들어 사퇴까지 촉구하는 등 맹공세를 펼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관 탄핵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부인했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이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김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과 법관들의 리더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이어 "(김 대법원장은) 검찰이라는 행정부와 국회라는 입법부를 통해, '차도살인'식 사법개혁을 하려 했다는 법조계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바로 본인이 탄핵되어야 할 당사자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관으로서의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 즉시 본인의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을 향해 "정권의 '판사 길들이기'에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임성근 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하면서 후배를 탄핵의 골로 떠미는 모습까지 보인다"며 "후배 법관들에게 창피하지도 않나"라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김병호 초대 대법원장이 1950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상대로 꿋꿋하게 사법부를 지켰던 사례를 언급한 뒤,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맞서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가치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 오늘을 평가하고 역사에 기록할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은 비굴한 모습으로 연명하지 말고 스스로 되돌아보며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사퇴를 압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은 오욕의 이름을 사법부에 남기지 말라"면서 "본인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했는지 되돌아보고 거취를 결정하라"고 김 위원장 발언에 가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권의 탄핵을 의식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김 대법원장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길 자청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임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고 거듭 비난의 날을 세웠다.
나아가 "법원은 권력자의 것도, 대법원장 개인의 것도 아닌, 법의 공정성과 법치주의의 신성함을 믿는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정치가 법을 잡아먹고 정치가 판결을 좌우한다면 3권 분립에 바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너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4일자 페이스북 글 ［홈페이지 갈무리］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예비후보 등도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녹취록이 공개됐다"며 "정치상황을 살피는 대법원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스스로 사법부의 권위를 짓밟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질타했다.
유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법부의 수장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법을 떠나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를 더럽힌 죄,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 죄로 더 이상 법복을 입고 있을 자격이 없다. 국민에게 사죄하고 대법원장 직에서 당장 사퇴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예비후보 역시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사를 정치의 제물로 바친 대법원장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 정권 사람들이 내세우는 민주주의가 전체주의에 가깝다는 사실이 점점 확인되고 있다"고 이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 대법원장 '녹취록' 공개 건에 대한 별도 언급 없이 이날 예정된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 "민주당은 오늘 탄핵 표결로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가결할 것임을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탄핵 제도의 목적과 기능은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있어 헌법을 위반했을 때 법적 책임을 추궁해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재적 과반을 넘는 의원이 소추안을 발의한 이유는 임 판사가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며 "임 판사에 대한 1심 판결문에는 6차례에 걸쳐 위헌임이 적시돼 있다. 2018년 전국법관대표자회의도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 선언한 바 있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여권의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임성근 판사 탄핵 표결과 관련해 "법관 탄핵이 필요하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또 "법관이 법령을 위반하고, 양심이 아니라 정치나 이익에 따라 자의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한다면 질서유지와 인권보장의 최후보루여서 존중되는 사법부가 인권침해와 질서파괴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면서 "비록 형사처벌 대상이 아닐지라도 헌법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국민의 이름으로 국회가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다수 법관들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신성한 사법사무에 충직하지만 이에 반하는 일부 소수 법관이 없는 것도 아니므로, 사법권 독립을 악용하는 자의적 사법권 행사에 대해서는 헌법에 따른 국민적 감시와 심판이 언제든지 작동중이라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탄핵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이 각하되더라도 탄핵의결 자체가 변호사등록거부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탄핵의결의 실익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소수의 일탈적 법관으로부터 대다수 선량한 법관들의 신뢰와 사법부의 권위를 보호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사법권 독립 보장이 사법권남용 보장이 되어서는 안 되므로 이번 국회의 법관탄핵이 진정한 사법독립의 든든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