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코로나19 이후 기업규모 업종별 주가변화 분석' 보고서 발표
"괴리된 주가의 상승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대비해야"
◆…지난 25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주가와 기업실적 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어 주가 상승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크게 상승해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주식매수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울러 개인투자자, 이른바 '개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투자자 등의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이후 기업규모 업종별 주가변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 '대형주·제조업'이 이끈 주가상승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월말~2021년 1월말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1427조원에서 2051조원으로 624조원 증가한 가운데, 같은 기간 기업규모별로는 대형주 시가총액 증가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의 시가총액은 1145조원에서 1638조원으로 493조원(43.0%) 증가했으며, 중형주(101~300위) 시가총액은 동기간 151조원에서 218조원으로 67조원(44.4%) 증가했다. 소형주(301위~) 시가총액은 21조원(33.5%) 늘었다.
주가상승은 주로 대형주의 주가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주 기여율은 79.0%로 코로나19 이후 시가총액 증가의 대부분이 대형주에 의존한 것. 이 기간 중형주와 소형주의 주가상승 기여율은 각각 11.7%, 3.7%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시가총액 증가가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증가율은 서비스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제조업의 시가총액은 944조원에서 1446조원으로 503조원 증가했다. 유통업의 시가총액은 8.2조원 증가했으며, 건설업 3.4조원, 운수창고업 11.9조원, 금융업 13.8조원 서비스업 84.9조원 증가했다. 반면 전기가스업의 시가총액은 21.3조원에서 20.4조원으로 감소했다.
서비스업의 시가총액은 65.5% 증가했으며 제조업, 유통업, 건설업, 운수창고업, 금융업은 각각 53.3%, 13.2%, 18.1%, 55.8%, 7.0% 증가했다.
제조업 세부업종별로 전기전자의 시가총액 증가가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증가율은 의약품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자전자의 시가총액은 509조원에서 774조원으로 265조원 증가했으며 화학은 시가총액이 93.2조원 증가했다. 의약품은 61.1조원, 철강금속은 5.9조원, 기계는 11조원, 운수장비는 56.1조원 증가했다.
의약품의 시가총액 증가율은 79.8%로 가장 높았고 화학 67.0%, 철강금속 15.5%, 기계 58.8%, 전기전자 52.1%, 운수장비 55.7% 증가했다.
주가상승에 대한 기여율은 제조업이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서비스업, 금융업, 운수창고업 순으로 집계됐다. 주가상승에 대한 제조업 세부업종별 기여도는 전기전자가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화학, 의약품, 운수장비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서비스업, 운수창고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상승한 반면 금융업, 통신, 건설업, 유통업 등의 시가총액 비중은 하락했다. 제조업 세부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운수장비, 의약품, 화학, 기계의 시가총액 비중이 상승한 반면 철강금속의 시가총액 비중은 하락했다.
■ "PER 크게 상승, 주식가격이 순이익에 비해 높아"
◆…코스피 상장기업 수익성 지표.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주가지수와 기업실적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어 주가의 상승세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KOSPI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이하 PER)이 크게 상승해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주식매수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PER 평균은 15.2배 수준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말 28.7배로 88.4% 상승했다. PER가 높다는 것은 주당순이익 대비 주식가격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PER가 높은 주식은 향후 주식가격의 상승여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수익성 지표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코스피 상장기업 영업이익률은 2017~2019년 평균 7.5%에서 지난해 5.9%로 하락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2017~2019년 평균 1.8%에서 지난해 1%로 하락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같은 기간 7.4%에서 4.3%로 하락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최근 주가상승이 수요측면에서 개인투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투자자 등의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1월~올해 1월 중 70조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올해 1월에만 22조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인투자자는 지난해 1월, 7월, 11월을 제외하고 국내주식을 지속적으로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1월~올해 1월말 29.7조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편, 신용거래 등을 통해 순매수세를 주도한 개인투자자는 예상보다 더딘 실적 개선 등으로 주가의 하방압력이 강화될 경우 주식시장의 변동폭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의 신용잔고는 지난해 3월말 6.5조원 수준에서 올해 1월말 20.9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예탁증권담보융자도 15.4조원에서 18.4조원으로 증가했다.
■ "실적과 괴리된 주가 상승, 대응방안 마련해야"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1년 간 시가총액이 624조원(43.7%) 증가한 가운데 주가 상승의 대부분은 대형주, 제조업(특히 전자전기)의 상승에 기인했다면서, 기업의 실적과 괴리된 최근 주가의 상승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예산정책처 박승호 경제분석관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금융시장에만 집중되지 않고 기업 등 실물부문에 원활히 전달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투자 관련 차입 증가 등 개인투자자의 투자자금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시장의 신용잔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개인투자자의 투자자금과 관련된 신용리스크, 급격한 자금 유·출입 위험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주식에 대한 순매수가 개인투자자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국내 주식에 대한 수요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