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이든 대북정책 검토 완료 하루 만에 담화 3건 발표
'대북전단살포' 관련 김여정 부부장 "남조선 당국 책임"
미국의 북한 인권 비판,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 대단히 큰 실수"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2일 담화 3건을 연이어 발표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한 핵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하고,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살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성명을 냈다.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북한이 세 건의 담화를 동시에 내며 적대 정책 철회 등 그동안 요구해온 내용을 미국이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 북한 미국 담당 국장 "상응하는 조치 강구"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2일 담화를 내놓고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 내용을 비판했다.
권 국장은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권 국장은 북한이 요구해온 적대정책 철회 등에 대해 미국이 '외교적 해법' 모색의 큰 원칙 외에 다른 내용을 공개하지 않자 불만을 드러냈다.
권 국장은 "미국이 주장하는 '외교'란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하며 '억제'는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직도 냉전시대의 시각과 관점에서 시대적으로 낡고 뒤떨어진 정책을 만지작거리며 조미(북미) 관계를 다루려 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확실히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우리를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걸고 들면서 외교와 단호한 억제를 운운한 것은 미국 사람들로부터 늘 듣던 소리이며 이미 예상했던 그대로다"면서 "미국 집권자가 첫 시정연설에서 대조선 입장을 이런 식으로 밝힌 데 대해서는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 외무성 대변인 "최고존엄 건드리는 정치적 도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지난 1월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미국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반발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당시 대북인권단체와 탈북자 단체 등이 주관한 '북한자유주간'을 비판한 바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 국가의 영상(이미지)에 먹칠을 하려는 대조선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으로, 우리의 국가주권에 대한 공공연한 침해"라면서 "대유행전염병으로부터 인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국가적인 방역조치를 '인권유린'으로 매도하다 못해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에게 있어서 인권은 곧 국권이다. 우리는 미국에 우리를 건드리면 다친다는 데 대해 알아들을 만큼 경고했다"며 "미국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경거망동한 데 대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안보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며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키 대변인은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 김여정 '대북전단살포' 비판…"심각한 도발"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은 탈북민의 '대북전단살포'에 대해 "책임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살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남조선 당국이 이번에 무분별한 망동을 또 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며 "우리는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부부장은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앞서,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29일 사이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000장을 대형풍선 10개에 나눠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