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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가구 20%는 늘 '적자 인생'

조세일보 | 연합뉴스 제공 2021.05.1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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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일자리·소득, 근본적·입체적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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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은 씀씀이 줄여도 적자 (CG) [연합뉴스TV 제공]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저소득층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위 20%의 소득이 찔끔 늘 때 상위 20%의 소득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양극화는 가속했다. 저소득층의 '적자 인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그나마 정부가 복지를 늘리면서 최저 생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저소득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가 할퀴고 드러낸 상처가 매우 깊다"면서 "특히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코로나 격차 속에서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했다.

새롭게 빈곤층으로 떨어진 노인 가구 대책은 물론 자녀를 둔 젊은 저소득층의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촘촘한 입체적 지원책이 절실해 보인다.

◇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치않는 '적자 인생'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비교해 보면 1분위의 월평균 가계 적자액은 2011년 4분기엔 29만9천원이었고 작년 4분기엔 24만4천원이었다. 2∼5분위 가구는 당시나 작년 4분기나 모두 흑자였다. 물론 10년 사이 1분위의 월평균 적자액(4분기 기준)은 2015년의 경우 5만원대로 낮아졌던 적도 있지만 적자에서 헤어나진 못했다.

통계청은 2019년부터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조사 방식을 바꿨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무리라고 하지만 저소득층의 삶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본질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1분위의 소득은 10년 전 월평균 119만6천원에서 164만원으로 40%(44만4천원) 늘었지만, 지출도 145만9천원에서 188만5천원으로 30%(42만6천원) 증가해 생활이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그나마 정부의 지원이 포함된 이전소득이 36만1천원에서 73만7천원으로 늘어난 덕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최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753만7천원에서 1천2만6천원으로 10년 새 33%(248만9천원) 증가했다. 1분위 소득의 6배를 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2∼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분기 평균 소득 감소율(전년동기대비)은 17.1%였다. 상위 분위의 소득감소율은 2분위가 5.6%, 3분위는 3.3%, 4분위는 2.7%, 5분위는 1.5%였다.

늘어나는 빚도 1분위에는 큰 부담이다.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의하면 1분위의 부채는 1천752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8천256만원)이나 5분위(1억8천645만원)보다 훨씬 적었지만, 부채 증가율은 8.8%로 가장 높았다. 소득이나 자산이 적어 갚을 능력은 떨어지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빚을 낸 것으로 보인다.

◇ 빈곤 노인가구 증가, 일자리·임금 불안이 직격탄

그렇다면 저소득층의 삶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왜 이렇게 볕이 들 날 없이 팍팍하기만 한 것일까.

한국은행은 작년 4분기 1분위 소득 감소의 원인이 36.2%는 실업 등 고용 충격, 63.8%는 취업자의 소득 수준 저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나 임금 감소의 충격이 저소득층에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통계청 관계자는 10년 전보다 1분위의 노인가구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면서 근본적으로 소득 증가에 한계가 있는 데다 작년엔 코로나19 사태로 취업상황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소득이 끊겨 절대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고령층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1분위의 소득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8년 현재 43.4%로 OECD 평균(14.8%)보다 3배나 높았다. 주요 5개국(G5)인 미국(23.1%)과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와 비교해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연평균 4.4% 증가했다. 이는 OECD 평균(2.6%)의 1.7배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급속한 고령화로 현재 OECD 29위 수준인 고령인구 비율(15.7%)은 20년 후인 2041년에는 33.4%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역시 저소득층에 우호적이지 않다. 위기 국면일수록 취약계층은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진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했던 작년 3월의 경우 정규직인 상용근로자는 늘었지만, 임시근로자는 42만명, 일용근로자는 17만3천명 감소했다. 올해엔 임시근로자가 20만6천명, 일용근로자가 4만1천명 증가했지만 지난해 없어진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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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20년 4분기 분위별 가계수지 현황

◇ "일자리·소득 입체적 지원책 마련해야"

문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서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고교 무상교육 시행,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수많은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만나 오히려 소득과 자산 양극화는 악화했고, 성장률 등 빠른 속도의 경기 회복과는 달리 일자리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비숙련 저임 일자리가 타격을 받고 빈곤 노인층의 증가 등으로 1분위의 삶이 어려워지고 양극화가 심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구조 변화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하게 오르고 노동시장이 경직되면서 전반적 노동비용이 올라간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고용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는 만큼 이 부분의 정책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석진 교수는 "최근 들어 국민의 소득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재정이나 복지를 차등 지원하는 '보편적 차등 지급'을 제도화하고, 코로나 등 재난 때 행정조치로 인한 피해는 손실보상제로 지원하는 것이 한정된 재원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계속 만드는 한편 최저임금을 평균 임금상승률 이상으로 다시 높이고, 아동수당, 기초연금, 국민취업지원제도 상의 실업 부조 등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소장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이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 변양호 전 금융정분석원장,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김낙회 전 관세청장 등 전직 경제관료 5명은 최근 출간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한 부(負=마이너스)의 소득세 도입을 주장했다. 이는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저소득층에게만 세금의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예컨대 마이너스 소득세율 50%, 연 소득 1천200만원을 기준으로 전혀 소득이 없는 개인에겐 연간 6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적게 벌면 그만큼 보조금을 지급하고, 많이 벌수록 세금을 높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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