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재가자로 살아가면서 올바른 수행의 길을 금강경에서 찾았고 그 답을 <불교와 뿐교>로 제시했다. 최성문은 한진중공업 사장까지 지내며 속세에서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는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재가자로서 수행과 포교활동을 해오면서 마음수행의 올바른 길을 찾는 일에 매진해왔다.
지은이는 그 결과 비록 우리가 금강경이라는 가르침을 문자를 통해 읽는다 해도 결코 문자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자라는 손가락을 통해 접근하더라도 결국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와 뿐교>는 다른 금강경 해설서와는 달리 마음공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자는 숭산 큰스님으로부터 선불교를, 서울 상도선원 회주 미산 큰스님으로부터 초기불교를 공부해 단순한 뜻풀이를 넘어 선불교적 관점에서 수행과 실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금강경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라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불교 공부를 한 사람에게는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지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 책은 금강경의 요점을 학원 강사처럼 알기 쉽게 손에 쥐어주지 않는다. 다만 독자가 스스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부처님의 가르침과 용어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자세히 실었다. 나머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지은이는 덧붙여 책 속의 글과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읽어 달라고 당부한다. 이제까지 살아온 몸에 익은 습관대로 혹여 '글자'에 갇힐까 염려하는 탓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금강경에는 어떤 철학도, 체계도, 이론도 없습니다. 한마디 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금강경은 절대적으로 텅 빈 책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단어를 잊고 그 사이의 틈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면, 한 줄 한 줄의 행을 잊고 행간 사이로 더 깊이 들어간다면, 그 침묵의 틈새로 더 깊이 들어간다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불교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상을 타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상 타파는 불교 수행의 중요한 요체라는 것이다. 수행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자기 실존에 대한 처절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탈열반의 실현을 위해서 매 순간 진지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처님 가르침은 비록 말로 설명하지만 결국 그 설명하는 목적은 직접 보여주는 쪽으로 끌어간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그저 그냥 보여주면 마음인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치를 모르는 중생들은 온갖 욕심으로 무엇을 목표로 삼고 얻으려고 발버둥 친다고 썼다. 대기업 CEO까지 지낸 사람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느낀 것이다. 허망한 꿈을 먹고 사는 셈이라는 것이다. 비로소 그 꿈을 깰 때만이 자신의 위대한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지은이는 1995년 서울 화계사에서 전계아사리인 숭산 행원 큰스님으로부터 보살계를 받고 경전 번역과 함께 일생을 포교에 매진할 것을 서원했다. 서울 봉은사 봉은불교대학과 능인선원 능인불교대학을 졸업했다. 육군특수전교육단 등 군 포교에 10년간 매진했다. 그 이후로도 KAIST 명상과학연구소장인 미산 스님이 이끄는 하트스마일명상(HST) 하트스마일러 과정을 수행하고 있으며 상도선원 니까야합송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경전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불교와 뿐교 / 최성문 지음 / 모과나무 / 28,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