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 '美 세제개혁 방향·경제영향' 분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기업·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부자 증세'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세제개편에 따라 기업 수익이 감소하면서 증권시장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18일 발표한 '美 세제개혁의 방향·경제영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10년간 인프라 투자로 약 4조 달러의 재정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증세로 채운다.
바이든 정부의 증세안(案)을 보면 법인세율은 21%에서 28%로 올라가고, 대기업이 투자자에게 공시하는 이익에 15%의 세금을 부과하는 최저한세가 적용된다. 특히 미국 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 적용하는 'GILTI(글로벌 무형 자산 소득에 대한 저율 과세)' 세율은 10.5%에서 21%까지 올린다. 해외투자 10%까지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폐지해서 오프쇼어링(기업 생산기지 해외이전)를 방지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고소득층에게도 증세 칼날을 가져다 댄다. 현재 미국에서 자본이득세는 1년 이상 보유한 자본자산의 매각으로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최고세율은 20%이고, 여기에 3.8%의 누진세가 붙어 23.8%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100만 달러를 초과한 소득을 가진 자들에겐 39.6%(순투자소득세 3.8% 포함시 43.4%) 세율을 매기려고 한다.
◆…(자료 국제금융센터)
이러한 세제개혁은 1993년 이후 가장 광범위한 증세라는 평가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에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31%에서 39.6%로, 법인세율은 34%에서 35%로 올린 바 있다. 보고서는 "공약에 따른 세입 규모는 1940년대 이후 7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사상 최대 수준은 아니지만 전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 대응한 증세와 비견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증세안에서 제안한 내용의 60% 이상이 다국적 기업의 해외 이익과 관련해 GILTI 강화 정도가 예상을 상회했다"고도 했다. GILTI·법인세율 인상 때 미국의 기업경쟁력 약화·해외로의 자본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에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압박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글로벌 법인세는 A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B국(세율 11%)에 수입을 보고, 글로벌 최저세가 15%라면 A국은 B국에서의 기업이익 4%를 수취하는 구조다.
바이든표 증세가 미국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인프라 투자 영향이 증세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효세율이 21%를 하회하는 주요 기술기업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기업의 수익 감소로 증시·일부 신용시장에도 다소 부정적일 수 있단 분석도 있다. 보고서는 "자본이득세의 경우 1986년 조세개혁법 사례를 감안할 때 고(高)모멘텀 주식이 타격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또 글로벌 법인세에 대해선 "최저법인세 논의에 미국이 참여하면서 합의 도출 가능성이 대폭 확대됐고, 탄소세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논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자체적 디지털세를 도입 중인 프랑스 등은 시장소재지 과세권 강화 논의와 병행하지 않을 경우 최저세 도입에 소극적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