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2분기 연속 5천억대 영업익 순항…배터리 분사 결정

7분기만에 순익 흑자…호실적 이끈 비정유
배터리·E&P 물적분할…IPO 가능성 열어둬

SK이노베이션이 상반기 내내 분기마다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이어가며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빚어진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와 안정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였다. 순이익도 올 1분기 LG와의 배터리 소송 관련 합의금 1조원의 선반영에 따른 이슈 종료로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외형도 5분기 만에 10조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사업군의 안정화와 함께 배터리 사업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분할을 확정하고 미래 그린 사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1조 1196억원, 영업이익 5065억원, 당기순이익 4159억원으로 잠정 집계해 4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55.9% 늘고 이익지표가 모두 흑자로 돌아선 실적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20.4%, 영업이익이 0.8% 증가하고 순이익이 역시 흑자전환으로 기록됐다.

이 회사가 2분기 연속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이어간 것은 2018년 2분기 8516억원, 3분기 8358억원 이후 약 3년 만이다. 2019년에는 정유사 실적에 절대적 역할을 차지하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BEP)으로 알려진 배럴당 4$에도 못미치는 불리한 업황이 시작됐고 작년에는 유가하락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실적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분기 1조 8000억원대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1년간 적자 기조가 이어지는 역대 최악의 행보를 내비치기도 했다.

순이익도 2019년 3분기 1743억원 이후 7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4000억원 이상의 규모를 보인 건 2018년 3분기 4594억원 이래 3년 만이다. 외형도 작년 1분기 11조 471억원 이후 4분기 연속 10조원을 밑돌았으나 이번에 이를 다시 회복했다.

2분기에는 주력 정유부문이 1분기보다 다소 부진했던 것과 달리 비정유부문에서 호성적을 내며 전사 실적을 이끈 것으로 확인됐다.

화학사업이 파라자일렌(PX) 공정 정기보수 등에 전분기 대비 판매물량이 일부 줄고 재고관련 이익도 감소했지만 아로마틱 계열 등 마진이 개선돼 영업이익이 41.9% 늘어난 1679억원을 기록했다. 윤활유도 글로벌 정유사의 가동률이 낮아 기유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마진이 늘어난 덕분에 영업이익이 2265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5.2% 증가했다. 윤활유의 이익은 2009년 SK루브리컨츠가 자회사 분할된 이후 분기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반면 석유사업에서 휘발유와 디젤 등 주요제품 가격이 직전분기보다 상승했지만 유가 상승폭의 축소와 재차 하락세를 보인 정제마진 등으로 인해 재고관련 이익이 줄어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44.0% 감소한 2331억원에 그쳤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4분기 배럴당 평균 45달러 수준에서 올 1분기 6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2분기에는 68달러로 상승폭이 다소 축소됐다.

이밖에 배터리 사업이 아이오닉5 양산 공급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매출액이 6302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9.7% 늘었고 영업손실도 979억원으로 788억원 적자폭이 줄었다. 소재사업을 담당하는 SKIET는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중국 공장의 추가 가동과 생산 안정화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전분기 대비 30.6% 증가한 4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석유개발 사업의 경우 유가와 가스가격 상승에도 판매량 감소와 판관비 증가 등의 영향에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68.1% 감소한 36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고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각각의 분할을 의결하기도 했다. 다음달 16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분사 시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수행하는 지주회사의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 물적분할 방식으로 새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되며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도 신설회사로 각각 이전된다.

신설법인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가능성도 열려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분할 목적 중 하나는 향후 투자재원 조달이 필요할 경우 이를 적시에 조달하기 위해 실행하는 것이지만 구체적 시기나 방법 등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IPO 등 후순위 자금조달은 여러 조건의 충족이 필요한데 해당 시점에 필요한 리소스,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으로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지만 앞으로 구체화되면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터리 사업의 경우 매 분기 외형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영업손실폭도 감소 추세로 헝가리 2공장과 미국 1공장이 양산에 돌입하는 2022년 영업이익의 BEP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 SK는 판단하고 있다. LG와의 소송 합의로 발생하는 로열티도 중장기 투자계획에 이미 반영돼 해외공장 초기 가동 시 상승하는 고정비에도 이익 증대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준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