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까다로운 빅4 회계법인…'Big4 기피 현상' 심화

금감원 '2020회계연도 상장법인 감사보고서 분석 및 시사점' 발표

적정의견 비율 97%, 新외감법 개정 후 계속 감소…하락세는 둔화

'영업환경 불확실성 및 전기 재무제표 수정' 강조사항 기재 법인 대폭 증가

Big4 비중은 감소, 중견회계법인 비중은 크게 증가

Big4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의 감사대상 상장법인 수가 감소하는 대신 중견회계법인들의 감사대상 회사는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인등록제에 따라 감사인이 대폭 재편됐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와 체계적인 감사에 대한 부담이 중·소형 기업들의 Big4 회계법인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2020회계연도 상장법인 감사보고서 분석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전기보다 63사 증가한 상장법인 2364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법인이 1447사(61.2%)로 가장 많고, 12월 결산(98.3%) 연결재무제표(77.0%) 작성 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 'Non-Big4' 회계법인 선호, 이유는? 금감원에 따르면 2020회계연도에 Big4는 상장법인 2364사 중 734사(31.0%)를 감사했는데, 그 비중은 전기(38.2%) 대비 감소(-7.2%p)했다. 최근 5년간 Big4의 상장법인 감사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5년간 누적 감소율은 16.3%p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상장법인 수는 283사 증가했으나, Big4의 감사대상회사 수는 250사 감소했다.

반면, 중견회계법인(Top 10 중 하위 6사 : 대주·삼덕·신한·한울·우리·이촌)의 상장법인 감사비중은 36.0%로 전기(24.7%) 대비 11.3%p 증가했다. 금감원은 감사인등록제 시행에 따른 감사인 재편 과정에서 중·소형 상장법인의 Non-Big4 회계법인 선호 경향이 심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상장법인 시가총액은 2278조원으로 전기 1649조원 대비 629조원(38.1%) 증가했는데, Big4가 감사한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934조원(84.9%)으로, 그 비중이 전기(87.8%) 대비 2.9%p 감소했다. 감사대상 상장법인의 시가총액 기준 Big4 비중은 최근 5년간 계속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Big4의 감사품질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Big4가 감사한 자산 2조원 이상 및 5천억~2조원 미만 대형 상장법인 비중은 각각 94.7% 및 66.3%인 반면, 자산 1천억~5천억원 및 1천억원 미만 중·소형 상장법인 비중은 각각 26.8% 및 13.8%에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5천억원 미만 중·소형 상장법인일수록 Non-Big4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산 5천억원 미만 상장법인의 Non-Big4 회계법인 선임비중은 2019년 71.6%에서 2020년 79.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유에 대해선 "아무래도 빅4의 감사 절차가 체계적이기 때문에 조금 까다로운 면이 있고, 보수가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등록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등록요건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감사인 지정 시 감사품질요소 반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적정의견 5년 간 감소…감소세는 둔화 분석대상 상장법인의 97.0%(2293사)가 적정의견으로, 전기(97.2%) 대비 소폭 하락(-0.2%p)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적정의견 비율은 2016년 99.0%, 2017년 98.5%, 2018년 98.1%, 2019년 97.2%, 2020년 97.0%로 계속 감소했지만 하락세는 둔화되고 있다.

적정의견을 받지 못한 상장법인은 71사(한정 6사, 의견거절 65사)로 전기(65사) 대비 6사 증가했다. 한정의견은 6사로 전기(7사) 대비 1사 감소했고, 의견거절은 65사로 전기(58사) 대비 7사 증가했다.

특히 2020년 의견거절 상장법인은 2016회계연도 대비 55사 증가(10사→65사)했으며,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비적정의견 사유는 감사범위제한(63사), 계속기업 불확실성(32사) 순이다.

코스닥 시장은 전기와 유사한 수준(96.4%→96.5%)인 반면, 유가증권·코넥스 시장의 적정의견 비율은 전기 대비 하락했다.

감사인 지정기업의 적정의견 비율(92.8%)은 자유수임 기업의 적정비율(99.0%)보다 6.2%p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정기업은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감사위험이 높은 기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적정의견 비율이 자유수임기업보다 현저히 낮았으나, 2020년에는 그 차이가 감소했다.
 
금감원은 2020년부터 주기적지정이 본격 시행되어 비교적 재무상황이 우량하고 감사위험이 높지 않은 지정기업이 다수 포함된 데 기인했다고 밝혔다.

자산 1천억원 미만 상장법인의 적정의견 비율이 93.9%로 가장 낮았다.(자산 1천억원 이상 상장법인의 경우 98.8~100%)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내부통제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아 비적정의견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은 "재무제표 신뢰성 및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행된 신규제도가 급격한 시장변화를 수반하지 않고 안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향후에도 신규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하여 회계개혁이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감사보고서에 강조사항이 기재된 상장법인은 630사로 전기(250사) 대비 380사 늘었다. 강조사항은 감사의견에 영향은 없지만, 재무제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고 이용자의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아 감사인이 감사보고서에 기재한 사항을 말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이 강조사항으로 기재된 상장법인(369사)이 전기(19사) 대비 350사 증가했다. 감사인 변경 증가(2019년 611사→2020년 1021사)로 인해 전기 재무제표 수정이 강조사항으로 기재된 상장법인(107사)도 83사 증가했다.

적정의견 기업(2293사) 중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기업은 105사(4.6%)로 전기(84사, 3.8%) 대비 증가(+24사, +0.8%p)했다. 전기 적정의견&계속기업 불확실성 기재 기업의 당기(2020년) 이후 상장폐지 또는 비적정의견 비율(17.9%)은 미기재기업(1.7%)보다 11배 높았다.

금감원은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기업은 적정의견을 받았더라도 재무상황 및 영업환경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상장폐지되거나 비적정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