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 권리 존중...여성들 "깊은 불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첫 기자회견에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내부 또는 외부의 적을 원치 않는다”며 이슬람의 틀 안에서 여성들의 취업과 교육활동을 허용할 것이라며 덧붙였다.  

이 발표는 수천 명의 아프간 사람들이 카불 국제 공항에 몰려들어 이륙하려는 미군 수송기 옆을 따라 활주로를 가득 메우는 등 혼돈 사태가 이어지자 미국과 서방 동맹국이 민간인 대피를 재개하면서 나왔다.  

또 무자히드 대변인은 민간 미디어가 아프간 내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전직 군인과 서방 정부의 지원을 받은 정부 구성원에 대해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 복장 규정과 국가 노동력의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탈레반이 20년 전 집권 시기와는 다른 노선을 제시하며, 국제 사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정교한 홍보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BBC,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다.

아프간의 여성 및 교육운동가인 파슈타나 두라니는 “그들은 말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 당장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탈레반의 약속을 경계했다. 일부는 탈레반이 무엇을 말하든 현실과 다를 수 있다고 두려워했고, 카불의 한 여성도 기자회견을 보고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

파슈타나 두라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여학생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성은 사회활동과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면 그것이 내게 자유의 정의이고 레드라인이며, 아직 탈레반은 그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BBC를 통해 말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시기에 여학교를 폐쇄하고 여성의 노동을 금지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에 따라 여성들은 몸 전체를 덮는 부르카를 입어야 하고, 10세 이상 소녀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10일 동안 탈레반 무장 세력이 취약한 수십 개 지방 수도로 빠른 속도로 진격했을 때 일부 여성들은 직장을 그만두라는 명령을 받았다. 일부 명령에 불복종하는 여성들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탈레반의 급속한 국가 장악으로 일부 여성은 외출할 때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무장세력의 진격으로 점포들이 서둘러 문을 닫으면서 카불에서 부르카 가격은 10배나 치솟았다.

아프가니스탄 독립인권위원회는 지난달 탈레반의 통치 지역에서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고, 종교 학자, 정부 관리, 언론인, 인권 운동가, 여성이 표적 살해의 희생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CNN에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그들은 여자들을 안에 가둬두기만 한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몇 년 동안 싸워왔다.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기 위해, 혼자 병원에 가는 허가를 받기 위해 같은 일을 위해 다시 싸워야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제공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