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사의-이준석 만류-서약식 불참-경선룰 절충...국힘 경선 빨간불?

선관위 경선룰 절충안 확정...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않고 '당원투표 20%' 반영

선관위 서약식 및 간담회에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4명 후보 불참

'역선택 방지' 반대파 최재형 하태경 유승민 등 "선관위 절충안 수용" 입장 밝혀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경선룰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는 등 속도를 내지 못해 향후 경선 과정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5일 오후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선룰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다소 숨통이 트이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의 발단은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경선 룰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일부 경선 예비후보들이 급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이준석 당 대표가 전권 위임을 약속했지만 정 위원장의 공정성 시비는 수그러지지 않고 더욱 거세져 갔다.

급기야 정 선관위원장이 5일 이 대표에게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가 이 대표가 극구 만류하자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당사에서 공정경선 서약식과 후보자 간담회를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자신이 윤석열 후보 편을 들어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홍준표·유승민·하태경·안상수 후보 등이 서약식을 보이콧하자 이에 앞서 이 대표와 회동을 갖고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정 위원장에 대해 윤 후보를 위한 ‘역선택 방지’ 경선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선관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정 위원장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이달 초 정 위원장과 윤 후보가 회동을 가진 것이 알려지면서 당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후보를 견제하는 후보들은 절대적 중립을 지켜야 할 당 선관위원장이 특정후보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 이준석 "정 위원장 사퇴 고민 만류했다...후보들 기본 예의 지켜라"

이준석 당 대표는 이날 정 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도 이 대표의 강한 만류에 사의를 철회했다. 이로써 당 선관위원장이 10일 만에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게 되었다.

이 대표는 행사 인사말을 통해 "당 선거관리에 전권을 부여받은 선관위 운영에 다소간의 불만이 있다고 해서 공식행사에 불참하는 행위는 매우 우려스럽고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어 "다소간 이견이 있다하더라도 성숙한 방식으로 본인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최소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지켜야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시 한번 대표로서 말하지만 정 위원장은 지도부의 무한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라면서 "최근 당내 혼란 속에서 존경하는 정 위원장께서 고생하고 계시기에 더 큰 성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거듭 전권을 위임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정 위원장도 자신이 특정 후보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경선룰을 만들려고 한다는 선입견 같은 것을 전혀 갖지 말고 은 전혀 갖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처음에 이 일을 맡고 위원회를 처음 열 때 첫 일성으로 ‘처음도 공정 나중도 공정, 공정이 최고의 가치라서 사심 없이 일하자’고 그렇게 이야기했고 우리 위원들 모두 다짐을 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행사 후 '정홍원 선관위 체제의 완주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위원장이 사퇴) 고민을 심각하게 한 것은 맞다. 제가 사퇴를 만류했다"며 "정 위원장 본인이 잘 알겠지만 지도부의 신뢰가 굳건한 것을 알고, 오늘 회의에 앞서 후보들의 이런 행동은 잘못됐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다시 국가를 위해 일할 동력이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총리가 유일한 적임자라고 본다"며 "앞으로 잘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또한 "회의 내부에 있던 일들이 밖으로 유출되면서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 때문에 (정 위원장이) 부담을 느낀 부분이 있다"며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내용이 밖으로 흘러나가 대권주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는 점을 위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정 위원장에 대한 무한 신뢰를 거듭 강조하면서 대선주자들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에 대해서 자신이 적극 추대해 선관위원장직을 수락한 정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과 함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쟁점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않고 ’당원투표 20%‘ 반영...홍준표 수용 여부? 

이 대표와의 회동 이후 사의를 철회한 정 위원장은 공정 경선 서약식과 간담회를 진행한 이후  역선택 방지 조항 관련 선관위원회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 장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선관위는 결국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일반 여론조사 100%'로 진행할 계획이던 1차 컷오프 투표에 '당원투표 20%'가 반영된다. 대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묻는 식으로 보완책을 마련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놓고 갈등해온 상황에서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회의 직후 "지금까지는 역선택을 놓고 안을 만들다 보니 찬반이 자꾸 엇갈렸다"며 "발상의 전환으로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얼마나 있느냐'는 시각에서 논의를 진행해 만장일치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1차 컷오프 투표 비율을 '국민 여론조사 100%'에서 '당원 투표 20%, 국민여론조사 80%'로 조정하고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본경선 투표는 '당원 50%+여론조사 50%' 비율을 유지하되 여론조사에서 '본선 경쟁력'을 염두에 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경선룰 결과에 대해서도 당내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준위가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취소하고 비전발표회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윤 후보를 포함한 일부 후보들이 경준위가 월권을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며 이미 한 차례 국민의힘 경선버스는 출발이 지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 캠프에선 이 대표 '탄핵론'까지 거론했고 윤 후보가 나서 사과하면서 더 이상 확산은 막았지만 이로 인해 이 대표 리더십 타격은 물론 당 지도부와 윤 후보간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당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철회하고 1차 컷오프 투표 비율을 '국민 여론조사 100%'에서 '당원 투표 20%, 국민여론조사 80%'라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윤 후보와 나머지 후보들과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모양새다.

앞서 윤 후보와 같은 입장을 보였던 최재형 후보는 그간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주장했지만, 선관위에서 정해진 룰을 바꾸는 것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교안 후보도 선관위의 최종결론에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태경 후보 역시 당초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극구 반대했지만 선관위가 절충안을 내놓자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선관위가 절충안을 내놓은 점을 언급하면서 "그간 당내 경선에서 한 번도 실시한 적 없는 경쟁력 조사를 전격 도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려와 염려를 앞세워서 경선을 파행으로 몰고 간다면 정권교체를 바라시는 국민과 당원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만 그는 본선 경쟁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또 다시 분란이 벌어질 여지를 남겼다는 것도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라고 토로했다.

유승민 후보도 그간 강하게 반대해온 경선룰에 대해 선관위 절충안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하지만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반대파 4명 중 홍준표·안상수 후보는 이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당 행사에도 불참했다.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윤석열 후보 한 사람만 남았다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 역선택 운운하는 것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룰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그건 스스로 불공정을 자인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대세를 거스르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대세를 거스르는 어떤 변형된 결정도 수용 할 수 없다. 그건 당원과 우리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보들 3대 8 의견이면 그건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결정된 경준위 안을 받아들이고 순리로 가자. 정치 조직은 관료 조직과 다르다"며 "찍어 누르면 따라올 것이라는 것은 관료사회에서나 통하는 지도력"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어진 글을 통해서도 "선수가 심판을 따르라고 할 때는 심판의 공정성이 전제 되었을 때 하는 말"이라며 "심판이 특정 선수의 편을 들고 있을 때 다른 선수들이 할일은 그 심판을 기피하거나 그 경기를 보이콧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성만 회복하면 그 누구도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한다"며 "이미 끝난 게임의 룰을 다시 특정선수를 위해 고치겠다고 하는 심판을 어찌 믿고 어떻게 게임에 임하라는 것이냐"고 거듭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강력 반대했다.

국민의힘 선관위가 대선후보간 그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고 절충안을 내놓음으로써 당내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경선 일정을 소화하면서 내년 대선을 향한 분위기 상승을 꾀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출발이 늦은 국민의힘이 어떻게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예정된 일정대로 경선을 진행할 지는 이제부턴 정홍원 선관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