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발언 접하고 아연실색...다른 정책도 생각 달라"
"캠프 해체 사후통보 받고 내심 불편했지만, 공동선대위원장직도 내려놔"
"대통령 준비 부족은 채우면 되지만, 근본적 시각은 그렇게 할 수 없어"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23일 최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철회했다. 지난 8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 모습. 인사말하는 최 후보와 (앞줄 왼쪽부터) 우창록 총괄본부장(변호사), 정의화 명예 공동선대위원(전 국회의장), 강명훈 후원회장(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최재형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정의화 전 의장은 23일 페이스북에 '최재형 후보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철회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는 더이상 최재형 후보에게 대한민국을 맡기기는 어렵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인간 최재형에 대한 첫 감정은 '대한민국에 국운이 있구나!'였다"면서 "이분처럼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대통령에게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성숙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최재형 전도사를 자청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는 인간에 대한 사랑, 약자에 대한 배려, 나라에 대한 충성심, 이런 원칙과 철학이 정치지도자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믿는다"며 "국회의장으로 국가 미래를 위한 역할의 한 축을 맡았던 저로서는 나라에 마지막 공헌하는 길이 이런 분을 대통령되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당초 최 후보를 지지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의 기대가 있었지만, 지난 한 달여 최재형 후보의 발언과 정치적 행보를 보면서 저는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최근 캠프해체를 하기로 했다는 사후통보를 받고 내심 불편했으나, '최재형다움'으로 승부를 보시라고 마지막 충언을 드리고 명예 공동선대위원장 직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최재형 후보에게 기대한 것은, 그리고 제가 말한 ‘최재형다움’은 법관 출신으로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법치와 헌법수호 정신, 그리고 약자에 대한 사랑의 진정성 등을 기반으로 승부를 보시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캠프 해체전후 최재형 후보의 역선택방지 포기, 낙태와 상속세 폐지 등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정책 발표를 보고 크게 실망해왔다"며 "그리고 오늘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발언을 접하고는 아연실색했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지지를 철회한 23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페이스북 글［출처=정의화 전 국회의장 페이스북 갈무리］
그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면 되지만 정치 철학의 문제, 한국 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한 나라의 운명과 미래를 열어갈 정치인이 사회적 쟁점에 대해 개인의 주장을 여과 없이 쏟아내거나,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곧 공적인 발언으로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치의 본령에 맞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정치는 저 자신의 정치철학인 '화합과 통합의 정치'와도 전혀 다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최 후보의) 훗날을 위해 최 후보가 밝힌 ▲역선택 방지 포기 ▲상속세 폐지 ▲모든 낙태가 불법이라는 주장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등과 관련한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언급했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한 최 후보의 발언은 실망을 넘어 절망적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며칠만의 말바꾸기도 문제지만 (대통령) 후보로써 국토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이 없음이 적나라하게 들어났기 때문이다"라고 직격했다.
이어 "누구보다 국토균형발전과 미래비전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온 저는 물론 부산경남울산의 많은 시민들에게 최재형 후보의 발언은 협소한 수도권 일극주의에 매몰된, 국가미래에 대한 낮은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라면서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너무나 부족한 분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정치적으로 첨예한 쟁점은 어느 것 하나 쉬운 선택이 없다"며 "각기 이유가 있고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렇기에 논란이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공론화를 위해서는 민주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한달여 최재형 후보의 정책발표와 행보는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키기 위해 논쟁적 사안의 극단을 선택하면서 논란을 쏟아내는 것으로, 이는 표를 의식하는 기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면서 "당장의 인기와 표를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끝으로 정 전 의장은 "저 스스로도 지지를 철회하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라면서 "저의 안타까운 결단이 대통령선거와 정치지도자의 중요성, 나라의 미래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저는 지금도 인간 최재형 후보의 도덕성과 인격을 존경해 마지않는다"며 "저와 오랜 인연을 맺고 계신 소중한 분들께 그동안 최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해왔는데 본의 아니게 큰 빚을 지게 되었다. 이 분들께도 결과적으로 제가 사려 깊지 못한 것이 되었다"고 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