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직에 아베·아소 측근…“지지로 선거에 이긴 기시다, 호의에 보답할 때”
아베 측근 외무상과 방위상 유임…외교·안보 정책 노선 이어갈 듯
위안부 합의 주역 기시다…위안부 관련 현 일본 정부 입장 유지할 듯
바이든 “미·일동맹은 세계 평화·안보 초석”…기시다 中영향력 견제
◆…기시다 총리(첫줄 가운데)가 도쿄 관저에서 각료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로이터>
지난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을 257대 87표로 제치고 당선된 기시다 총재는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게 되는 일본의 시스템에 따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이어 100대 일본 총리가 됐다.
◆ 스가에 이어 제2차 아베정권 연장선
기시다 총리는 4일 새 내각을 발표했는데 선거 승리를 도운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의 측근들이 요직에 중용돼 스가 정권에 이어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치 분석가 아츠오 이토는 로이터통신에 “기시다는 아베와 아소의 지지로 선거에서 이겼다”며 “그래서 이제 그가 그 호의에 보답할 때”라고 말했다.
우선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62세)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65세)은 유임이 결정돼 외교·안보 정책은 전 정권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1981년 게이오 대의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정계에 입문하기 전 무역회사에서 일했으며 아베 전 총리와 같이 단호한 개헌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한 그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에 대해 우려하며 대만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 내 최대파벌(호소다) 소속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하버드대와 도쿄대를 졸업해 1993년 처음 정계에 입문하고 1995년 집권 자민당에 입당했다. 그는 아베 정권에서 경제재생담당 대신을 지냈으며 2019년 외무상에 임명됐다.
또한 아베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하기우다 고이치 전 문부과학상(58세)은 경제 산업상으로 임명됐다. 아베 정권 당시 관방 차관보와 특별 고문을 지낸 그는 2019년부터 문부과학성 대신을 지냈다.
전 환경상이자 아소 다로 부총재의 처남인 스즈키 순이치(68세)는 새 재무상으로 임명됐다. 그는 또한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의 아들이다.
그 밖에 경제안보담당상에는 고바야시 다카유키(46세) 전 방위정무관이 임명됐으며 총재 투표에 나왔던 노다 세이코(61세)는 저출산·지방육성·여성활약 대책을 관장하는 각료직을 겸임할 예정이다.
마키시마 가렌(44세)은 디지털상으로 호리우치 노리코(55세) 전 환경부 대신은 올림픽·백신담당상, 야마기와 다이시로(53세) 전 경산 부대신은 경제재생상을 맡는다.
그 외 후생노동상에는 고토 시게유키, 국토교통상에는 사이토 데쓰오, 총무상은 가네코 야스시 전 국토교통부 대신, 법무상에는 후루카와 요시히사 전 재무부 대신, 환경상에는 야마구치 쓰요시 전 외무부 대신, 부흥상에는 니시메 고사부로 전 경산부 대신, 엑스포상에는 와카미야 겐지 전 방위부 대신이 임명됐다.
◆ 위안부 합의 주역…결단력·대중적 인기 부족해
자민당 내 온건파(고치카이·宏池會)의 수장인 기시다 총리는 성품이 온화하고 의견을 잘 듣지만,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온화하고 공감대가 큰 사람이지만 대중적 인기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29일 YTN에 출연해 “기시다 후미오는 리버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결단력이 많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의 일본 정치인처럼 조부, 부친에 이어 3대째 세습정치인인 그는 와세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비서로 일하다 1993년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을 시작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내각에서 4년간 외무성 장관을 지낸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뤄냈다.
이에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는 현재 ‘한국이 해법을 내어야 한다’는 현 일본 정부의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바이든 “기시다 축하…미·일동맹은 세계 평화 초석”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기시다 일본 총리의 선출을 축하한다”며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과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시다 총리와 향후 협력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일 동맹을 통해 일본에 대한 세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중국과 대화를 지속해야 하지만 커지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지향하며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견제를 드러냈다.
한편 기시다 총리가 오는 14일 중의원을 해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다음 달로 예상됐던 중의원 선거는 이달 31일로 앞당겨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