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혁명하라!" vs "원팀 같은 X소리 할 거면 꺼져라"

"억강부약" vs "결선 가자"...각 후보 지지자들 구호 눈길 끌어

제20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마지막 일정인 서울지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가 10일 오후 3시 30분부터 진행됐다.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약 1000여명에 달하는 각 후보 지지자들이 행사장인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모여 굵은 비가 떨어지는 날씨와 코로나19 방역 상황에도 장외 응원전을 치열하게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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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은 각각 지지 후보가 내세운 구호를 외치며 갈수록 열기를 더해갔다.

이 지사 지지자들은 '억강부약(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과 '대동세상(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적어진 플래카드를,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지켜줄게! 이낙연' '결선가자' '압승이 아닌 압송'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등 문구나 플래카드를 걸고 경선 결과 나올 때까지 막판 지지를 보냈다.

우비를 입은 이 지사 지지자들은 사실상 본선 직행을 예감한 듯 북과 장구, 꽹과리를 치면서 박수치고 연호했다. '이재명은 합니다' '대한민국 혁명하라!' 등 문구를 들고 "대동세상 이재명"을 연호하며 마치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다.

이 지사가 네 후보 중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지지자들과 일일이 주먹인사를 하면서 감사인사를 했고 일부 지지자와 '셀카'를 찍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 지사와 떨어진 곳에 천막을 치고 '결선가자' '지켜줄게' '본선필승, 최강후보' 플래카드를 행사장에 걸고 응원했다. 이 전 대표는 오후 2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막판 지지에 화답했다. 이 전 대표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민주당 의원도 오후 5시경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으며 응원 열기를 높여나갔다.

이 전 대표의 일부 지지자들은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원팀 같은 x소리 할 거면 꺼져라' '범죄자랑 어떻게 원팀이냐'며 흥분하기도 했다.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30대 여성 지지자 김모씨는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경선 후 이 지사가 대선 경선 후보로 확정되면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불안한 후보보다 이 전 대표는 깨끗한, 결점이 없어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검찰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이 지사가 수사를 받을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대장동 의혹 이슈에 대해선 검찰 칼끝이 이 지사를 향할 경우 지지율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어 '서울지역 경선 결과, 이 전 대표가 후보 선출이 안 되면 다른 후보 지지할 것인가'라는 점에 김모씨는 "오늘 경선 이후는 생각 안해봤다. 경선 결과를 지켜보며 향후 이 전 대표가 안 될 경우지지 후보를 생각하려 한다"고 말을 아꼈다. 김씨와 옆에 같이 온 친구도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민주당 지지자로서 부끄럽다"며 입을 모았다. 이 지사 천막의 옆에는 바로 추미애 후보측 천막이 자리했다. 150명 가량 지지자들이 '민주당 원팀'을 응원 기조로 외쳤다. 또 지지자들은 '사람이 높은 세상'이라는 문구를 천막에 붙였고 알록달록 가발을 쓰고 단체 율동을 하면서 추 후보를 환호했다. 한 남성 지지자는 '속도보다 방향이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서울지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는 이날 오후 3시 30분 박용진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재명 지사 순으로 정견 발표가 진행됐고, 각 후보들은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들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밝혔다고 말한 박용진 의원은 "아쉽게도 세상을 바꾸는 선두에 서는 역할이 이번에 제게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오늘은 저에게 민주당 경선의 결승선이면서 동시에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새로운 출발선인 날"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최근 불거진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민주당에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가 분노하는 건 대장동에서 어떤 누군가가 협잡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닌 이 불공정한 세상과 불평등한 죽음이 그 돈잔치 한 가운데서 너무 가슴 아프고 적나라게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로 이런저런 인연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별로 하는 일 없이 수억씩 돈을 챙기고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쌍용 해고 노동자는 신체포기 각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고 우리 청년 노동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오늘은 박용진이 한국정치의 새로운 주류를 선언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선 날"이라며 "또 만나뵙겠다. 감사하다"고 말해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를 겨냥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그는 "대장동 개발비리는 부패한 특권세력이 벌인 위선과 탐욕의 종합판"이라며 "토건족, 지자체, 정치, 법조, 언론의 모든 관련자를 빠짐없이 처벌해 기득권 특권동맹을 해체해야 한다”며 신속하고 강력한 수사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민주당 앞에 커다란 불안이 놓여 있다. 여야를 덮친 대장동 개발 비리가 민주당의 앞길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위기, 정권 재창출의 위기다.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를 몰고 올지 모른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당당한 후보를 내야 한다. 국민 앞에 당당한 후보, 상식 앞에 당당한 후보, 정의 앞에 당당한 후보, 야당보다 더 당당한 후보를 내야 한다. 저 이낙연이 그 기준에 더 가깝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표심을 호소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 의혹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정치검찰의 검찰쿠데타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윤석열은 당장 구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장동 사건으로 드러난 부패기득권 동맹의 탐욕스러운 부패사슬도 해체해야 한다. 이 사건을 재벌과 언론이 원하는 프레임에 갇혀 정쟁꺼리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시 촛불','다시 평화','다시 하나'를 향한 추미애 깃발의 다른 이름은 '다시 시작'"이라며 "처음 약속했던 그대로 '원팀정신'에 입각해 정권재창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일부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조작과 가짜뉴스, 선동으로 ‘이재명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진실은 단순하다. 민간업자에게 개발이익 100% 갖게 하려고 LH공공개발 포기시킨 것도, 이재명의 공공개발을 막은 것도, 개발이익을 나눠먹은 것도 국민의힘"이라며 "그나마 이재명이니까 민관합동개발로 개발이익 5503억원 환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성남시장을 사퇴한 후 집값폭등으로 민간 몫이 늘어난 것이 어찌 저의 잘못입니까"라며 반문한 뒤 "대장동에서 환수한 개발이익은 지난 21년간 전국 모든 도시개발사업 환수액보다 3배나 많다. 다른 지자체는 모두 민간개발 허가해줬고 이런 개발이익 환수를 시도한 적 없다. 이재명이 칭찬받을 일 아니냐. 아무리 가짜뉴스 쏟아내도 선전성동해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