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일 만에 연간 무역액 1조 달러 돌파… 1956년 이후 최단기

299일 만에 무역액 1조 달러 돌파

수출액 5122억 달러, 수입액 4878억 달러

1조 달러는 자동차 5000만 대 금액

올해 사상 최대치 무역규모 전망

정부 "코로나 뚫고 무역성장 모멘텀 이어나갈 것"

우리나라 연간 무역액이 1956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단기에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무역액 1조 달러는 수출액 5122억 달러와 수입액 4878억 달러를 합친 금액이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26일 13시 53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달성한 최단 기간(320일)을 21일 앞당겨 299일 만에 달성한 것으로, 우리 무역의 기초가 견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1조 달러는 자동차 5000만 대에 달하는 금액이다. 자동차만으로 무역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에 등록된 모든 자동차(2470만 대)를 수출하고 같은 양을 수입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 올해 사상 최대치 무역규모 전망

우리 무역은 지난 2011∼2014년, 2017∼2019년 총 7회에 걸쳐 1조 달러를 달성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무역 침체로 1조 달러 이하(9801억 달러)로 감소한 이후, 올해 들어 곧장 1조 달러를 회복했다.

사상 최단 기간에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는 이전 수준 회복을 넘어 무역통계 집계 이래 최고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무역규모는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역대 무역규모가 가장 컸던 해는 2018년으로 당시 연간무역액은 1조456억 달러였다.

올해 수출액을 살펴보면, 지난 20일 기준 5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5년 연속 5000억 달러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달 중 연간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돌파한 만큼, 올해 수출액 규모가 60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최단기간 경신, 수출 5000억 달러 달성의 원동력은?

연간 무역액이 최단기간에 1조 달러를 상회하고, 수출 5000억 달러를 일찌감치 달성할 수 있던 원동력은 높아진 제조업 경쟁력과 수출 물량과 단가의 고른 성장세,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 제고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세계경기 및 교역 회복으로 수출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요국 대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방역체계와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반도체·조선·스마트폰 등 주력산업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올해 2분기 메모리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지위를 탈환했으며, 조선의 경우 수주금액 1위, 수주량 2위, 수출액은 4년 만에 세계 1위(1~5월 기준)를 기록했다. 아울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위에서 1위로 부상했다.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시스템 반도체·친환경 자동차·고부가가치 선박·이차전지·OLED·바이오헬스 등 신성장·고부가가치 품목들이 새로운 수출 유망품목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또, 지난해 3분기부터 수출물량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한 이후, 올 들어 수출단가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양 지수가 동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K-팝, K-콘텐츠 등 한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농수산식품·화장품·가전 등 소비재 품목 등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도 기록 경신의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농수산식품·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가전의 경우 11년 만에 최대 증가율 기록하며(27.5%)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출 저변도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9월까지 중소기업의 수출 누계금액은 역대 1위를 차지하며(853억불, 전년대비 18.5% 상승) 최근 수출 호조세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도 크게 상승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중간재(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위주의 신남방(아세안·인도) 수출 호조세, 한-중미 FTA 체결 등 신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수출지역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누계 신남방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887억 달러) 기록 중이며, 5년 연속 수출 1000억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 정부 "무역 성장 모멘텀 이어 나가겠다"

이 같은 원동력을 바탕으로 우리 무역규모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세계 8위를 기록하며 무역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세계 주요국의 무역이 동반 성장하는 가운데, 순위를 끌어올리며 9년 만에 8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임재현 관세청장은 "올해 우리 무역은 코로나19 이후 기저효과를 넘어 실질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임 청장은 이어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 최대 무역액을 기록했던 2018년과 달리, 승용차, 무선통신기기, 철강제품 등 다양한 품목이 고른 수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출입기업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고, 경기진단 및 예측에 유용한 무역통계 공표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사상 최 단기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수출입 물류 애로, 변이 바이러스 지속, 공급망 차질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모든 국민들이 함께 이루어낸 값진 성과라고 평가했다.

문 장관은 "무역 성장의 모멘텀을 이어나가 연간 수출액도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입 물류 등 현장 애로 해소, 중소기업 수출역량 강화, 미래 무역기반 확충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7일에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확대무역전략조정회의를 개최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원동력을 공유하고, 수출현장애로 해소 및 미래 무역기반 확충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