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가 대선 후보 선출된지 16일 만...靑 "전례 정해진 게 없어"
이재명 "대통령 시정연설, 제 생각과 너무 똑같더라...거의 대부분 공감했다"
이재명 "지난 대선 때 모질게 했던 부분 사과", 文 "1위 후보 되니 아시겠죠"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청와대 상춘재 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 후보와 50분간 차담회를 가졌다.［사진=청와대］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날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상춘재 안에서 차담회 형식의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회동에는 두 사람 외에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만 배석했다. 오는 28일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G20, COP26 등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7박9일간의 유럽 순방에 앞서 집권여당 대선 후보와의 회동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됐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회동 후 곧바로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회동 내용을 전달했다. 이 수석은 이날 만남에선 정치권의 핵심이슈인 대장동 의혹 등 정치적인 사안과 선거법에 저촉되는 대화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비공개로 전환된 차담회 내용과 관련, 먼저 이 후보가 "어제 대통령 시정연설을 잘 들었고, 내용도 꼼꼼히 살펴봤는데 제 생각과 너무 똑같더라, 그래서 거의 대부분 공감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이 후보는 "본인도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데, 문 대통령께서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알고 있다, 거기서 공통분모가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하고 뉴딜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를 곁들였다.
이 후보는 기후위기 의제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에 당사국회의(COP26)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지를 물었고, 문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답하자 이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은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기업들이 좀 힘들어하고 불안해할 수 있으나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이기도 하고, 정부가 기업에만 맡겨놓지 말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라고 언급했고, 이 부분에 대통령과 이 후보가 공히 공감했다.
이 후보는 또한 "민주당의 가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인데, 대통령께서 잘 수행하셨다고 본다. 또한 도지사도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끝까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끝까지 잘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NDC 상향 문제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은 "우리가 NDC 40%를 제시했는데, 한쪽에서는 목표치가 낮다고 얘기하고 한쪽에서는 과도하다고 얘기하는데 그에 대해선 과감하고 담대한 결정이라 기업에만 맡겨 놓으면 안 된다, 정부도 적극 지원해야 되고, 국민도 도와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너무 낮다고 말을 하는데 충분히 그 지적이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목표는 현실성이 있어야 되고, 또 우리가 해낼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점에서 이해를 해 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후보는 "탄소중립, NDC를 상향하는 것은 결국 기업들도 가야 할 길인 것이고, 그것이 새로운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또 그로 인해서 새로운 산업들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차담회를 갖고 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만 배석했다.［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좀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그런 역사적 위치에 우리가 처해 있다"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는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농담 삼아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우리가 사실 우리의 능력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공히 겪는 위기이다 보니 함께 겪는 위기였고, 그러다보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이고, 물론 그것은 국민의 협조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고, 이 후보는 "코로나 위기 극복이 잘 되는 것은 정부 능력과 국민 협력이 한 데 어우러져서 잘 맞아서 이루어진 성과"라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경제발전이나 문화강국, 군사대국으로 만든, 그런 큰 기조들이 자리 잡게 만든 것은 다 문 대통령의 노력 덕분"이라고 문 대통령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 후보는 따로 문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 둔 얘기이고, 꼭 드리고 싶었다는 얘기로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편하게 받으면서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공개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대선에서의 정책 경쟁에 대해서 다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게도 이번 대선이 정책 경쟁이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책 경쟁이 사실 쉽지 않다. 대개 언론은 정책보다는 다투는 것이라든지, 네거티브한 측면들을 보도를 많이 해 주니까 정책은 아무리 얘기해도 빛이 안 난다"면서도 "그래도 정책을 통해서 경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이기 때문에 정책도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고, 이에 이 후보는 "가끔 제가 놀라는 건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고 권했다. 그는 "지금은 대기업들은 굉장히 좋아서 자기생존을 넘어서 아주 대담한 목표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그 밑에 있는 기업들, 그 아래 있는 작은 기업들, 대기업이 아닌 기업은 힘들다"며 "그러니 자주 현장을 찾아보고 그래서 그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서 많이 노력해 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이른바 공정한 전환 과정에서 약자들을 포용하는 것에 방점을 많이 뒀다"면서 "다음 정부에서도 누가 하든 약자들에 대한 포용에 세심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 후보는 덕담 차원에서 "우리 민주정치사에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 전례 없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 놀랍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행이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는 "지난번에 뵀을 때에 비해서 얼굴이 좀 좋아지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는 피곤이 누적돼서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현재도 치아 하나가 빠져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일종의 극한직업이라 체력 안배도 잘해야 되고,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 소회했다.
상춘재를 나온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비서동까지 같이 걸어오면서 가벼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이 수석은 전했다.
한편 이 수석은 ‘50분 차담 가운데 혹시 대장동 관련 발언이 나왔는 지’를 묻는 질문에 "없었다. 대장동의 ‘대’ 자도 안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부동산 언급 유무와 관련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이 수석은 사전에 이 후보 쪽과 얘기한 것은 선거 관련된 얘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체 안 하는 것으로 하자고 서로 양해를 구했음을 설명했다. 민감한 시기에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그런 발언들은 일체 나오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 수석은 또한 ‘대통령 순방 이후 야권 후보가 결정이 되면 야권 후보도 청와대에 불러서 면담할 계획이 있으냐’는 물음엔 "야권 후보가 선출되고 그 후보가 요청을 하면 저희가 검토는 해볼 생각"이라면서도 “지금 저희가 ‘한다’ ‘안 한다’를 말하기는 좀 어렵고, 또 제 입장에서 그것을 단호하게 가부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요청이 있으면 적극 검토할 것이고, 이번 회동은 과거 전례에 준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 후보를 만나거나 어떤 정치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그 행위 자체가 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해가 없으시면 좋겠다"면서 "저희들도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전례라든지 선관위와의 협의를 통해서 확인을 했고, 그래서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한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이날 회동을 차담회 형식을 한 것과 정무수석만 배석한 배경에 대해선 "혼자 배석도 사실은 쉽지 않았고, 오늘 운영위 국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야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양해를 구해서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라면서 "통상은 비서실장도 참석하는 것이 맞지만 운영위 국감이라는 특수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격으로 보면 제가 배석하는 것이 가장 맞는 것 같고, 또 과거 전례에 비춰보면 참석자가 많을 경우에는 말을 서로 다르게 듣고 또는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는 것 같더라"며 "아예 그런 오해를 피하자, 그조차도 오해를 피하면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차담 이유를 거듭 해명했다.
여당 대선후보와 회동 일정이 과거에 비춰서 좀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엔 "선례라는 것이 많이 있으면 그것을 저희가 지키려고 애를 썼을 텐데"라면서 "자연스럽게 후보의 스케줄과 저희(문 대통령)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만난 사례는 DJ 때 노무현 후보 만난 것,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 만난 두가지 전례가 있었다는 이 수석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한번은 이틀 만인가 삼일 만에 만났고, 한번은 12일인가 13일 만에 만나서, 빨리 하면 이틀이고 늦어지면 12일이냐, 이렇게 해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