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철조망, 평화가 되다' 로마 전시회 참석

문, "녹슨 철조망이 아름다운 평화의 십자가로 변신"
평화의 십자가 136개, 
68년 남북 분단의 고통 하나로 합쳐져 평화 이룩한다는 의미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 평화의 십자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기획한 박용만 이사장은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대기업의 회장이었고, 한국의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의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용만 이사장은 이전에 특별한 십자가 프로젝트를 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옛날 재래시장에는 가장 밑바닥의 노동자들이 손수레에 물건을 운반해 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었습니다. 보다 많은 물건을 싣기 위해서 나무를 덧대서 더 크게 만든 그 손수레를 '구르마'라고 불렀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시장이 현대화돼 있기 때문에 구르마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습니다. 박용만 회장은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수십 년 된 그 구르마, 그래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과 삶의 고통이 배어 있는 그 구르마의 낡은 목재로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가장 가난한 노동의 십자가라고 할 수 있는 그 십자가를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십자가라고 불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번 평화의 십자가는 더욱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남북한을 하나로 갈라놓는 250km의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에는 수없이 많은 철조망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철조망에는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아주 날카로운 가시들이 촘촘하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고 갈 수 없다는 금지의 선이면서 적대와 대립의 상징이 철조망입니다. 우리 정부 들어서 남북한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군사합의가 이루어지고,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그렇게 합의를 함으로써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많이 완화되고 그만큼 평화가 증진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 정부는 철조망의 일부를 철거했는데 그 녹슨 철조망이 이렇게 아름다운 평화의 십자가로 변신한 것"이라며 전시회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성경에는 전쟁을 평화로 바꾼다는 그 상징으로 창을 녹여서 보습을 만든다는 그런 구절이 있다"며 "오늘의 이 십자가는 그 의미에 더해서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수많은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염원과 이제는 전쟁을 영원히 끝내고 남북 간에 서로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기도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이 철거되고, 남북한의 전쟁이 영원히 끝난다면 그곳에는 남북한에 있는 국제기구의 사무실들이 그쪽에 위치하고, 또 유엔의 평화기구들이 그쪽에 들어서고, 남북의 연락사무소가 거기로 들어서고 함으로써 지금 철조망으로 가득찬 비무장지대는 그야말로 국제 평화지대로 변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용만 이사장은 "전쟁은 멈춘 지 오래됐지만 남북의 대립과 갈등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우리는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 그런 우리의 생각과 시선을 조금은 바꿔보고자 하는 생각에는 이 프로젝트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각기 두 개의 다른 나라, 다른 체제로 살아가면서 총칼을 앞세운 대립이 꼭 전제되어야 만할 필요가 있을까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대화하면서 지내는 데 역시 마찬가지로 총을 앞세운 대립이 꼭 필요해야 만했을까요? 이 질문으로부터 우리 모두의 생각을 바꿔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대립과 갈등의 상징인 휴전선의 철조망을 평화를 염원하는 십자가로 바꾸기로 했다"고 프로젝트의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모든 갈등은 고통"이라며 "그중에서도 전쟁을 염두에 둔 갈등은 무엇보다도 큰 고통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 십자가로부터 평화가 뿌리내려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작품 제작을 맡은 권대훈 서울대 교수는 "작품의 재료는 DMZ에서 온 철조망으로 사실 한반도를 둘로 가르고 있는 투명한 장벽"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철조망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어떻게 우리의 이 아픔을 십자가에 담을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평화의 메시지를 동시에 이 십자가에 담을 수 있을까,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다. 재료를 받고 상당히 고민을 하던 중, 날카롭고 거친 이 재료로부터 약간의 측은지심이 어느 순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억지로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고 돌아온 그런 땀에 흠뻑 젖은 어린아이의 모습같은 그런 느낌을 그 재료로부터 받았다"며 "그 이후에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고,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시키고 재료가 가진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분히 확신컨대 이 재료는 분명히 한반도의 아픔을 그대로 말해 줄 수 있다 생각하고, 또 평화의 메시지를, 평온함을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왜 이 십자가는 철조망으로 만들어졌어야 됐는지, 또 왜 우리는 철조망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모든 사람들이, 관람객 모두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빈첸조 다다모 산티냐시오 성당의 주임신부는 "이 작품은 평화를 열망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신뢰와 평화, 희망과 화해의 표지"라며 "여기 놓여진 십자가들은 아픔을 새 생명으로 변화시키라는 초대"이며 "이 예술작품의 메시지로 우리 모두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와 선한 마음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평화의 십자가 136개는 한국전쟁 이후 68년 동안 남북이 각각 겪은 분단의 고통(68년×2=136)이 하나로 합쳐져 평화를 이룩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