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퇴보’ 탈레반 “女 드라마 출연 금지·언론인 히잡 의무화”

권선징악부 발표한 9가지 방송 규정에 포함돼

여성권리 존중하겠다던 탈레반 반대 행보 보여

남성 동반자 없이 외출 불가, 일 그만두도록 강요당해

탈레반, 여성부 해체…새 내각에 여성 한 명도 포함 안 돼

美 아프간 특사, 다음주 도하에서 탈레반과 회담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던 탈레반이 여성의 텔레비전 드라마 출연을 금지하고 여성 언론인에 ‘이슬람 히잡’을 착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탈레반 대변인은 권성징악부가 이번 주 9가지 방송 규정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이 중 일부 규정은 “여성 배우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프로그램은 방영될 수 없다”, “방송 중 여성 언론인 ‘이슬람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등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어 국제 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8월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후 첫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종료됐다고 선언하며 여성의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 즉 샤리아 율법을 따르고 있지만, 당시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슬람의 틀 안에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여성권리 존중 약속 이행 여부를 국제 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탈레반은 이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앨리슨 다비단 UN 아프간 여성 사무차장은 아프간 내 여성들이 남자와 동반하지 않은 채 외출하는 것을 금지당하고 있거나 일을 그만두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탈레반 고위인사 와히둘라 하시미 또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간에 샤리아 율법을 도입하기 위해 거의 40년간 싸워왔다”며 “샤리아는 남자와 여자가 한 지붕 아래 함께 모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더해 탈레반은 당시 발표한 새 정부 내각에 여성을 한 명도 포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 정부 지원을 받던 여성부를 해체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신임 교육부 장관 또한 여성들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지만, 남성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아프간의 여성들은 지난 20년 동안 얻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아프간 전역에서 여러 차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같은 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톰 웨스트 미 아프간 특사가 다음 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 지도자들과 2주간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웨스트 특사가 회담에서 “아프간에 관한 중대한 우리의 국익을 주제로 논의할 것”이라며 “테러 방지 대책, 우리가 특별한 의무를 지고 있는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통행, 인도주의적 지원과 아프간의 경제적 상황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