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천안문항쟁 기린 민주화 운동가들에 '징역 1년 2개월'

中, '집회시위 참여보다 공중방역의무가 더 중요해'

코로나 확산방지를 빌미로 처벌당한 집회참가자들

 천안문 사태 희생자를 기리는 집회에 참여한 8명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최고 1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홍콩 법원은 법으로 금지된 천안문 집회를 개최하고 참여를 장려한 죄목으로 형을 집행했다고 선고 사유를 밝혔다.

매년 6월 4일 홍콩에서는 1987년 천안문 민주화 항쟁을 기리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특히 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될 당시 중국 정부에 방대한 자유를 약속 받은 이후로 홍콩 시민들은 집회에 참여해 민주화 항쟁의 정신을 기념해 왔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는 중국 경찰 당국이 코로나 감염병 예방을 사유로 집회 신고를 금지시켰다. 이에 집회 참가자들은 중국 정부가 감염병 예방을 빌미로 집회를 가로막은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나섰으며 정부 당국은 이를 강력히 부정했다. 

이번 8명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구금된 것은 지난해 정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이후 형벌을 선고 받은 가장 최근 사례다. 국가보안법 선포 당시 수십 명의 운동가들이 체포당하거나 중국 관할 지역 밖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형을 선고한 재판관은 "피선고인들은 공중보건위기 속 사태의 심각성을 경시하였다"라며 "민주화 항쟁을 기념하려는 정신만 중요하게 여긴 채 코로나로부터 시민사회를 지켜야하는 의무는 뒷전으로 여겼다"라고 형벌의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징역형에 처한 8명의 운동가 중 핵심 인물로 알려진 3명은 재판 결과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올해 74세를 맞이한 언론가 지미 라이는 감옥에 수감된 상태에서 "민주화 항쟁을 기념하는 것이 죄목에 해당한다면 기꺼이 처벌 받겠다. 오직 그 길만이 1987년 6월 4일 천안문 앞에서 진리와 자유를 위해 피를 불사한 투사들의 정신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이다"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중국 정부의 전체주의적 규제에 대항하는 대규모 집회가 2019년 홍콩에서 열린 이후 현지 시민들은 국가보안법과 같은 강도 높은 검열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 정부가 천안문 사태 집회를 직접적으로 처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제공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