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메달 9개로 종합 14위 목표달성…팬데믹 속 17일 열전 마무리

제24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17일간의 열전이 지난 20일 모두 마무리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해 종합 14위에 올라 목표로했던 종합 15위 내 진입에 성공했다.

대회 초반 기대했던 메달 획득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으나 5일 차에 이르러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김민석이 동메달을 얻어내며 한국에 대회 마수걸이 메달을 안겼다.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과 황대헌(강원도청)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남녀 계주에서도 나란히 은메달을 보탰다. 한국은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종목 종합 1위(금 2·은 3)를 차지하며 최강국 지위를 지켰다. 이와 함께 평창에서 빙속 매스스타트 우승을 합작한 이승훈(IHQ)과 정재원(의정부시청)이 나란히 은·동메달을 얻어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2년 넘게 지속되고 변이 오미크론까지 창궐하는 악조건 속에서 치러진 올림픽이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에서는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선수단만 파견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복공정, 편파판정과 도핑파문 등 악재도 겹치며 '눈뜨고 코베이징' 대회라는 오명도 따라붙었다. 메달 획득 다양성 아쉬움…불모지 종목 지원 절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컬링,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불모지로 꼽히는 종목에서 깜짝 메달을 수확했던 것과 같은 드라마가 펼쳐지진 않았다. 피겨, 컬링, 스노보드 등 다양한 종목에서 선수들이 선전을 펼친 점은 고무적이지만 선수 육성이나 대회 지원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겨스케이팅에선 남자 싱글 차준환(고려대)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인 5위를 차지했고 여자 싱글 유영과 김예림(이상 수리고)도 각각 6위와 9위를 기록하는 등 남녀부 선수 모두 톱10에 포함되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여자컬링 '팀 킴'은 컬링 풀리그 최종 9차전에서 세계랭킹 1위 스웨덴에 석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평창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 해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창 대회 스노보드 은메달리스트 '배추보이' 이상호(하이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강원도청),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원윤종 팀(강원도청) 등에 기대를 걸었지만 성적은 아쉬웠다.

한국은 종합 목표 달성에는 성공했지만 첫 메달을 획득한 1992 알베르빌 대회(금 2·은1·동1),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금2·은2) 대회 이후 역대 가장 적은 금메달 기록과 동률을 이뤘고 메달 순위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기록한 역대 최저(14위) 타이기록에 그쳤다. 썰매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월드컵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충분히 훈련하지 못한 여파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전 대회를 준비하던 때와 비교해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 움직임이 부족했고 각 종목단체 역시 평창 대회 공과를 놓고 내부에 잡음이 일어나는 등 선수 육성과 대회 지원에 다소 소홀했던 점이 과제로 남았다. 빙설질·도핑파문·편파판정…외신 "최악의 올림픽" 냉소

이번 대회는 개회식부터 잡음이 나왔고 편파판정이나 빙상종목 빙질 등 다양한 논란이 터졌다. 개회식 성화 최종 점화 주자로 선정된 신장 위구르 출신의 중국 크로스컨트리 선수 디니거 이라무장에 대해 다수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을 이유로 외교 보이콧에 나선 것에 전면 반박하려는 취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개회식에서 조선족 여성 출연자가 중국 내 56개 소수 민족 중 하나로 한복을 입은 채 오성홍기를 운반해 한복 공정 논란도 거론됐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는 잘못된 사실을 기록하고 있고 많은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이 한복을 훔쳐갔다'는 어이없는 왜곡을 하고 있다"며 "심지어 갓까지 자신들의 것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빙질과 설질 문제도 불거졌다.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은 적정 온도를 다르게 세심히 관리해줘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빙판이 한 번 깨진 곳에 대한 수리 조치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한국의 경우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에서 박장혁이, 500m 여자 경기에서 최민정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외에도 다수의 해외 선수들이 충돌 없이 미끄러지는 모습이 종종 나타났다.

100% 인공눈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던 설상 종목 선수들도 진땀을 뺐다. 지리적인 영향으로 인공눈으로 대체되면서 스타 선수들이 조기 탈락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피겨스케이팅에선 도핑파문이 일었다.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던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 검출에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에 의해 대회에 출전했다. 김연아 등 국내외 피겨관계자들의 비판이 나왔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메달 수여식을 제외하겠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판정 문제도 불거졌는데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전 1·2조에서 나섰던 황대헌, 이준서가 앞서가는 선수를 인코스로 파고들며 각각 1위와 2위로 들어왔으나 피터 워스 심판은 경기가 끝난 후 비디오 판독 끝에 '레인변경 반칙'을 선언하며 두 선수를 탈락시켰다. 결승에서도 헝가리의 샤오린 샨도르 류 선수가 중국의 런쯔웨이와 경쟁을 벌이다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 과정에서 산도르 류에게 반칙이 선언됐다. 공개된 영상에선 오히려 런쯔웨이가 샤오린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찍혔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채택된 2000m 혼성계주 준결승전에선 3위 중국이 아닌 러시아와 미국이 실격됐는데 정작 중국팀이 바통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다.

외신들은 중국의 편파판정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AP통신은 "이번 올림픽은 스포츠보다는 스캔들로 기억될 것"이라고 혹평했으며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올림픽은 과거에도 논쟁으로 가득했으나 이번은 최악이었다"면서 "여러 논쟁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스캔들 올림픽으로 굳혔다"고 지적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속 큰 집단 감염 없이 대회를 잘 마무리한 부분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의 폐쇄루프(Closed loop) 대책에 따라 올림픽 관련자들은 공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중국을 떠날 때까지 '버블' 안에서만 이동을 해야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폐쇄루프는 아주 성공적이었다"면서 "폐쇄루프 내 감염률이 0.01%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