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극장 대피소, '어린이' 표식에도 입구 막고 1000명 공격
마리우폴 중환자 병원, 환자·의료진 500명 가두고 공격
도네츠크 주지사, “인질을 '인간방패'로 사용...인권에 대한 지독한 범죄”
젤렌스키, “러 포격은 전쟁범죄...인종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
◆…맥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지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마리우폴 극장이 보인다. 극장 앞 뒤로는 바닥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 이라고 적혀있다 <사진 로이터>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시민 대피소로 사용되던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극장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군이 의도적으로 마리우폴 중심부에 있는 극장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했다”며 “마리우폴 상공에서 폭탄이 떨어져 극장 대피소 입구가 막히고 건물 전체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4일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 극장의 앞 뒤로는 러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는 표식을 적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극우민족주의 의용대인 '아조우 부대'는 어린아이와 그 가족들로 가득 차 있는 이 극장 건물 내부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구체적인 사상자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마리우폴 시의원은 이 극장이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대피소라고 설명하며, 당시 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어 극장에서 4km 떨어진 근처 건물도 강타하는 등 현재 마리우폴 시내 곳곳에서 포격이 계속 돼 사태 수습을 위해 방문해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시는 지난 1일부터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됐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에서 어린이병원, 산부인과 병원, 모스크(돔 형태의 예배당) 등을 가리지 않고 포격을 난사 중이다. 마리우폴에서는 이미 사망자 수가 2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 남아있는 약 30만 명의 주민들은 현재 전기와 물, 식량도 없이 눈을 녹여 마시고 추위에 떠는 등 인도주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날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중환자 병원에 시민 500명을 몰아넣고 억류했다. 파블로 크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주민 400명과 의료진·환자 100명이 있는 병원에서 러군이 거센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질을 '인간방패'로 사용한다”며 “인권에 대한 지독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병원에 대한 러시아군의 포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인종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로이터 제공>
